스페이스X 이어 앤스로픽 IPO에 대박 난 일본…한국은? [도쿄나우]
일본 금융사들이 미국 초대형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스페이스X에 이어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의 IPO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한국 금융사들도 글로벌 기술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 금융사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출과 상장 주관, 주식 판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암·스페이스X 이어 앤스로픽 주관사단 합류

앤스로픽이 지난 26일 공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일본 미즈호증권USA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산하 증권사가 IPO 참여 금융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상장 과정에서 주식을 인수해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상장 절차를 총괄하는 대표 주관사로 참여한다.

일본 금융사 중 대형 IPO 참여를 가장 빠르게 늘리는 곳은 미즈호다. 2023년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홀딩스의 미국 상장에서 골드만삭스, JP모간 등과 함께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올해 3월 페이페이의 미국 상장에도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일본 기업 관련 거래에서 쌓은 실적을 발판으로 미국 대형 기술기업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에서는 일본계 금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SBI증권과 라쿠텐증권을 통해 일본 개인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매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번 앤스로픽 IPO에서도 일본 내 주식 판매를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금융사들도 글로벌 기술기업의 성장 과정에 투자하며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스페이스X 투자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본 금융사들은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고 상장 과정에서 주식을 판매하는 역할까지 넓히고 있다. 투자 수익뿐 아니라 대출 이자와 상장 관련 수수료도 확보하는 것이다.

해외 대형 IPO 주식을 자국 투자자에게 판매하려면 판매망뿐 아니라 규제당국 대응과 여러 금융사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미즈호는 미국에서 축적한 거래 경험에 일본 내 투자자 기반을 결합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대출부터 상장까지…은행 자금력 앞세운 총력전

스페이스X 이어 앤스로픽 IPO에 대박 난 일본…한국은? [도쿄나우]
투자은행 분야의 후발주자였던 미즈호는 인수를 통해 미국 사업 기반을 다졌다. 2015년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북미 채권 관련 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2023년에는 미국 M&A 자문회사 그린힐을 사들였다. 최근에는 미국 기술기업 담당 인력을 늘리며 주식 인수 업무도 강화해왔다.

초대형 IPO 경쟁에서 상업은행의 자금력이 중요해진 점도 일본 금융사에 기회가 되고 있다. 앤스로픽처럼 막대한 개발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은 IPO뿐 아니라 대출과 거래기업의 투자 등 여러 조달 수단을 함께 활용한다. 대출과 채권 발행, M&A 자문 등을 통해 일찍부터 거래 관계를 쌓은 금융사가 상장 주관사 선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기업과의 거래 경험이 많은 투자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서 쌓아온 거래 이력도 대표 주관사 선정이나 주관사단 합류에 영향을 미친다”며 “ 자금조달 규모가 커지면서 대형 금융기관과 거래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MUFG는 모건스탠리와의 자본·업무 제휴를 발판으로 미국 투자은행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번 앤스로픽 IPO에서도 MUFG 산하 증권사가 인수회사로 참여하고, 모건스탠리는 골드만삭스와 함께 대표 주관사를 맡는다.

미국 기술기업의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대형 IPO 수주전은 증권사의 주식 인수 능력을 넘어 금융그룹 전체의 자금력과 고객 기반을 겨루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일본 금융사들은 은행의 대출 역량과 증권사의 인수·판매망을 결합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