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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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농·어업 분야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 지원으로 내국인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주문하면서 높은 외국인 의존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2034년이면 농촌 지역 근로자의 68%를 외국인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내국인 고용을 늘려 외국인 의존도를 낮추려면 임금을 보조하기보다 열악한 근무 여건과 고용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 외국인 의존도 역대 최고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E-8) 비자 배정 인원은 11만7113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여 명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미 국내에서 일하는 계절근로 체류자도 올해 6월 기준 8만1405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명 이상 증가했다. 계절근로자는 파종기와 수확기 등 특정 시기에 일손이 집중되는 농·어업 분야에서 최대 8개월까지 일할 수 있는 외국 인력이다.
'일당 13만원' 불체자도 바글바글…"외국인 없으면 다 멈출 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촌 전체 고용 인력 가운데 불법체류자 등을 포함한 외국인은 62.5%에 달했다. 그런데도 필요 인력 대비 부족 인원을 나타내는 농업 인력 부족률은 8.8%로 전체 산업 부족률(2.4%)의 세 배를 넘었다. 정부는 외국인 의존도가 2034년 68.1%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어업 분야에서도 외국 인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취업선원 6만543명 중 외국인이 3만3171명(54.8%)에 달했다. 한국인 선원은 60세 이상이 43.9%에 달해 갈수록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국 정부도 시도했지만 실패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농업을 국가안보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내국인 농업 인력의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농가가 주는 임금에 정부 지원금을 더하면 월 500만원 수준을 보장할 수 있다는 예도 들었다.

전문가들은 내국인이 농·어업 분야 취업을 꺼리게 하는 구조적 장벽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외국인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농번기의 내국인 남성 일당은 평균 15만원으로, 외국인 남성(12.9만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급여보다 농번기 일정 기간에만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고용 구조, 작물과 날씨에 따라 불규칙한 근무 시간과 작업량, 출퇴근 거리 등이 내국인 고용의 장애물로 꼽혔다.

외국 인력 송출업계 관계자는 “어지간한 규모의 보조금 투입으로는 내국인 인력을 유인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동유럽 계절노동자 입국이 막히자 2020년 4월 내국인을 농촌 지역의 과일·채소 수확 인력으로 모집하는 ‘픽 포 브리튼(Pick for Britain)’ 캠페인을 벌였다. 정부 주도로 휴직자, 학생 등을 농가와 연결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영국 농민연합(NFU)이 2020년 원예농가 24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계절근로자 3만468명 가운데 내국인은 11.2%에 그쳤다. 결국 이 캠페인은 1년 만인 2021년 4월 종료됐다. 영국 의회 보고서는 ‘농장의 외진 입지와 숙소 확보, 주말을 가리지 않는 불규칙한 노동 강도’를 실패 원인으로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