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한경DB
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한경DB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게임최적화서비스(GOS) 관련 광고에 대해 약 200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외 소송이 종결된 데다 소비자들이 공정위 신고를 취하했다는 이유에서다. 게임 성능은 반도체 칩(AP) 클럭과 발열·배터리·화면 안정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4일 전원회의를 열어 갤럭시S21·S22·탭S8 광고가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때 AP 최대 성능을 제한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기만광고라고 판단했다. 성능 제한을 알았다면 소비자가 다른 기기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같은 유형의 광고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관련 매출 중 0.5%인 과징금 약 200억원을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GOS가 게임의 체감성능을 높이고 장시간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기능이었다고 강조했다. 소송·신고가 정리된 상황에서 나온 처분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반발하면서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회사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조정 결정문을 통해 GOS가 발열을 억제하고 배터리 성능과 안정적인 초당 프레임(FPS)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란 설명을 제시했다. GOS로 기기 성능 자체가 저하됐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광고를 기만광고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소송을 낸 당사자 측 1690명 가운데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이 결정은 지난 3월 확정됐다. 같은 날 공정위 신고·민원도 모두 취하됐다. 지난해 6월 1심은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한국·미국·이스라엘에서 제기됐던 관련 소송 8건도 모두 종결됐다. 어느 법원도 삼성전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공정위 처분은 광고 표시에 관한 행정적 판단으로 소비자 손해배상 책임을 다루는 민사소송과는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2022년 3월 업데이트를 통해 고사양 게임의 클럭 상한을 없애고 사용자가 성능을 선택하도록 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도 업데이트 일자가 위법 행위 종료일로 명시됐다.

기술적 측면에선 여전히 쟁점이 남아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AP 클럭 상한을 게임 성능 저하로 볼 수 있느냐는 것. 업계에선 GOS를 클럭·발열·배터리·FPS의 균형을 잡는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한다. 일부 고사양 게임에 클럭 상한을 둔 것도 장시간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한 조치란 설명이다.

삼성전자 측은 냉각팬이 없는 스마트폰의 경우 순간 최고 출력보다 지속 가능한 성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기가 과열되기 전에 자원을 조절하는 '선제적 관리'가 보편적 설계 원리란 뜻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게임 성능도 화면의 매끄러움·끊김, 기기 온도, 배터리 사용시간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

경쟁사들도 비슷한 기술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3월 갤럭시S22와 같은 AP를 탑재한 다른 제조사 제품에서 게임별 클럭 상한이 확인됐다. 이달에도 복수의 제조사 최신 기기가 고사양 게임 최대 클럭을 제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관련 제조사들도 광고에 이 같은 성능 조절 방식을 기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동일 기기·게임에서 GOS 작동 여부만 달리한 통제 실험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게임과 조건에서 측정한 결과 클럭 상한을 둔 경우 평균 FPS가 높고 기기 온도는 낮았다. 시간이 지나 기기가 달궈지면 상한이 없는 경우 발열로 성능이 떨어졌지만 상한을 둔 경우 후반까지 FPS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주장했다.

GOS가 성능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기능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클럭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성능이 나빠지는 게임엔 오히려 클럭 하한을 뒀고 주사율, 해상도, 기준온도, 가상프레임 조정도 함께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판단 근거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공정위가 자체 실증 실험 없이 조건이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영상 등을 근거로 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쟁사의 성능 조절 방식을 정식 조사하거나 실측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

회사가 제출한 실험 중 공정위가 불리한 근거만 선별하고 클럭 상한을 뒀을 때 FPS 안정성과 온도가 우수했던 나머지 결과를 심사 과정에서 언급하지 않았다는 반박이다. 해당 실험도 프레임이 낮게 나오는 초기 로딩 구간을 포함해 분석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플레이 구간만 비교하면 상한을 둔 경우 FPS가 높거나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회사 측은 이번 시정명령에 따라 향후 게임 성능을 광고할 때 최적화 기능을 함께 알리거나 관련 광고를 피해야 하는 부담이 따라붙은 것으로 봤다. 같은 기능을 쓰는 경쟁사와 광고 조건이 달라질 뿐 아니라 어떤 설계가 문제 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신기술 도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