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前지방국세청장 "세금 지옥 한국…택스 엑소더스 우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종합부동산세는 폐지돼야 합니다.”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27일 인터뷰에서 “종부세는 선별적 세금 폭탄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행정고시 14회에 합격해 국세청에서 20년 넘게 일한 그는 한때 종부세 위헌 소송까지 이끌었다. 올해 정부가 초고가·비거주 1주택 대상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자 최근 <세금과 불편한 진실>을 출간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청장은 종부세에 대해 “보유 주택에 매년 부과되는 세금인 만큼 이를 인상해 국민의 경제생활을 불안정하게 해선 안 된다”며 “국민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세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종부세로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이겠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넘치는 유동성과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공정 과세’, ‘세제 합리화’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편 가르기’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전 청장은 “부유층에 대한 지나친 세금 부과는 공평 부담과 보편 부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종부세가 폐지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전 청장은 “종부세와 재산세의 이중과세가 근본적 문제”라며 “같은 세원에 대해 두 가지 세목으로 이중과세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양도세도 심각한 문제라고 봤다. 이 전 청장은 “과거 정부에서 종부세를 올릴 때마다 양도세 부담은 낮추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엔 종부세를 인상하며 양도세까지 중과하는 개편안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 부담이 늘어 주택 매각이 어려워지면 거주 이전의 자유가 크게 구속된다”고 강조했다.

양도세 거주 공제를 보유 공제로 전환하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이 전 청장은 “보유 공제는 물가 상승에 따라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고려한 제도인데, 이를 없애는 것은 기본적인 조세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저서에서 상속세 문제도 거론했다. 이 전 청장은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에 따른 세습 자본주의가 고착화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세 부담이 너무 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상속세가 성공한 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막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손실도 크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그러면서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70%에 달하는 상속세가 대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발해 결국 상속세 자체를 폐지했다고 부연했다.

한국에서도 무거운 세금 때문에 나라를 떠나는 ‘택스 엑소더스’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이 전 청장은 “택스 엑소더스가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도 “정부의 지나친 과세 정책에 경종을 울릴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