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현대자동차 푸네 공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베뉴’가 의장 공정을 거치고 있다. 현대차는 푸네 공장 생산능력을 2028년 연 25만 대, 2030년 연 32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제공
지난 14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현대자동차 푸네 공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베뉴’가 의장 공정을 거치고 있다. 현대차는 푸네 공장 생산능력을 2028년 연 25만 대, 2030년 연 32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2032년까지 인도에 155억달러(약 20조5670억원)를 투자한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서 단행한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내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현지 맞춤형 전기차와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해 시장 주도권을 굳힌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인도 역할 키우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3일 뉴델리 총리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13일 뉴델리 총리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에서 현대차 푸네 신공장 준공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날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하고 투자계획을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인도 시장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중국 완성차업체의 저가 공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 대국(약 14억7000만 명)이자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현지화와 유통 기반 확충이다. 현대차그룹은 부품 현지화율을 끌어올리고 기술연구소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155억달러 중 20%에 달하는 31억달러씩을 신사업(AI 및 스타트업)과 연구개발(R&D)에 각각 투입한다. 신사업 투자를 위해 투자 전담 법인인 HMG인디아도 설립한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투자 계획은 마하슈트라주 탈레가온 푸네 신공장 준공식에 맞춰 발표됐다. 준공식에 참석한 정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투자를 통해 현지화를 앞당기는 동시에 글로벌 판매 전략에서 인도의 역할을 키울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이제 ‘메이크 인 인디아’에서 ‘디자인 인 인디아’ ‘이노베이트 인 인디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푸네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한 뒤 설비를 개선했다. 1조원을 들여 완성한 푸네 신공장은 첸나이 1·2 공장에 이은 현대차의 인도 내 세 번째 생산 거점으로, 축구장 166개를 합친 크기(연면적 1만2000㎢)와 맞먹는다. 푸네 신공장 가동이 본격화함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인도 내 생산능력은 연 142만5000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푸네 신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32만 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첫 양산 차종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베뉴’다. 현대차는 이 차량을 인도 현지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멕시코와 칠레 등 30여 개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인도에서 생산한 차량의 30%를 인도 외 지역에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차량을 생산하기 위해 설비도 개선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푸네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카(HEV)를, 첸나이 공장에서 전기차(EV)를 생산하는 등 ‘다차종 유연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 1분기 인도 특화 소형 전기 SUV를 신규 출시할 계획이다.

◇인도 판매 1000만대 돌파 앞둔 현대차

지난 14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현대차 푸네 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뉴 베뉴’에 기념사인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14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현대차 푸네 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뉴 베뉴’에 기념사인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인도를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나선 것은 이곳이 중국 완성차 업체가 고전 중인 얼마 남지 않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수입차에 최대 1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국경을 맞댄 국가 기업의 투자를 사전 승인 대상으로 묶었다. 그 결과 중국 완성차 업체는 최근 5년 연속 인도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1000만 대 돌파를 눈앞에 뒀다. 1998년 진출한 후 30여 년 만이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의 인도 누적 판매량(지난달 기준)은 988만4960대다. 올해 1~3분기 47만1724대가 팔린 것을 고려하면 연내 1000만 대를 넘길 전망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높다. 업계에서는 인도 승용차 시장이 지난해 457만 대에서 올해 525만 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낮은 제조 원가와 인건비, 중동과 아프리카 등 신흥 성장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등도 이점으로 꼽힌다. 올해 1~3분기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47만1724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미국(69만7464대)에 이어 2위 규모다. 인도 시장이 더 커지면 판매량 1위 시장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푸네 공장뿐만 아니라 인도 시장 전반에 투자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분야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인도는 가장 중요한 성장 시장”이라며 “그룹이 투자할 대상은 자동차뿐 아니라 신기술과 에너지 등 많은 분야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푸네=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