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자가진단 기반 OTA.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 자가진단 기반 OTA. /현대모비스 제공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시대가 됐다. 자동차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무선 업데이트(OTA) 기술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출고 뒤에도 새 기능을 추가하고 기존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사정이 다르다. 운전자가 이상을 알아챈 뒤 정비소를 찾거나 불편 사항을 접수해야 하는 사례가 많다. 제조사가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도 실제 업데이트를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자동차가 스스로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필요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자가진단 기반 OTA’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다.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의 상태 정보를 활용해 필요한 업데이트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다.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무조건 약부터 먹지는 않는다. 검진으로 원인을 파악하고 결과에 맞는 처방을 받는다. 치료 뒤에는 상태가 실제로 좋아졌는지도 확인한다. 자동차도 비슷하다. 차량은 주행 중 내부 시스템의 상태를 점검하며 다양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자가진단 기반 OTA는 이 데이터로 이상을 감지하고 원인을 분석해 필요한 조치를 정한 다음, 업데이트 이후 개선 여부까지 확인하는 체계다.

구체적으로는 이상 감지, 원인 분석, 조치 판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개선 여부 확인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차량의 상태 정보는 검진 결과에, 원인 분석은 진단에, OTA로 소프트웨어를 전달하는 일은 처방한 약을 건네는 것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업데이트 자체가 아니라 차량의 상태와 문제를 파악해 알맞은 조치로 연결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차량마다 다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문제에 차량별로 다른 버전을 적용하면 소프트웨어 관리가 오히려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핵심은 차량에서 발견한 문제와 이미 개발·검증한 개선 소프트웨어를 정확하게 연결하는 데 있다.

원인과 해결 방안이 이미 확인된 문제는 검증된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처음 발견한 문제는 관련 정보를 개발자에게 전달해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사용한다. 새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도 곧바로 모든 차량에 배포하지 않는다. 일부 차량에 먼저 적용해 충분히 검증한 뒤 대상을 점진적으로 넓힌다.

기존 OTA가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자가진단 기반 OTA는 차량의 상태 정보로 ‘왜 업데이트가 필요한가’를 판단하는 데서 출발한다. 두 방식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이 접근이 기존 차량 개발과 품질 검증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전자제어장치가 연결된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는 주행과 안전에 직결된다. 소프트웨어가 복잡해질수록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검증한 뒤 적용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

OTA가 보편화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업데이트 횟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필요한 업데이트를 적절한 시점에 정확하고 안전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할수록 OTA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수단을 넘어, 차량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한 뒤 개선 여부까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넓어질 수 있다. 자가진단과 OTA의 결합이 단순한 업데이트 자동화를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차량 관리 방식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고재욱 현대모비스 OTA플랫폼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