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다른 남자와 여행 가고 싶어요"…30대 주부의 고백 [도쿄나우]
일본 도쿄에 사는 한 주부(37)는 10년전 결혼했지만 연애 감정이 사라졌다며 지난 9월 기혼자 전용 매칭 앱에 가입했다. 아이를 낳은 뒤부터 성관계가 끊겼고, 남편의 퇴근 후엔 각방을 쓰며 대화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가진 기혼자를 만나고 싶다”며 “남편 몰래 상대방과 식사하거나 여행을 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일본에서 결혼의 틀은 유지하면서 각자의 삶을 찾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고령자 여성의 50%는 육아와 간병을 마친 뒤 따로 사는 ‘졸혼’을 원한다. 가정 밖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는 움직임도 확산하면서 기혼자 전용 매칭 앱의 누적 회원 수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부부가 자녀를 키우는 공동체로 남는 사이 정서적 유대는 가정 밖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령 여성 절반 “졸혼 희망”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의 올해 조사에서 60~74세 응답자의 39.5%가 졸혼을 희망했다. 여성은 이 비율이 거의 절반인 48.3%에 달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이혼 의향은 12.7%에 그쳤다. 배우자와 같은 묘에 묻히고 싶다는 응답도 30년 전 91.4%에서 70.2%로 낮아졌다.

혼인 관계를 법적으로 정리하기보다 생활 방식만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나카고미 가즈히로 변호사는 법률상 부부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혼한 상태를 뜻하는 ‘외연’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사실상 혼인 관계를 뜻하는 ‘내연’에 대응하는 표현이다.

그는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가족의 중심이 가문에서 핵가족으로, 다시 개인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꼽았다.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결혼·이혼·재혼이라는 법률적 형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육아 프로젝트 끝나면 부부도 해산”

이 같은 생각은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쿄에 사는 40대 남성은 “아이가 대학생이 되면 아내와 헤어질 것”이라는 계획을 스마트폰에 적어두고 때때로 확인한다.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혼자 육아를 도맡다 우울증을 앓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남성은 회사에 전근을 요청해 아내의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이후 아내가 아이와 함께 돌아와 일을 시작하면서 맞벌이 가정이 됐다.

남성은 나름대로 가사와 육아에 매달렸지만 부부의 대화는 사무적인 연락 위주로 바뀌었다. 주말에 집을 비우면 갈등이 생겨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그가 이혼하지 않는 이유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육아 프로젝트는 앞으로 10년, 그걸로 부부는 해산”이라고 말했다.

부부 간 대화할 시간도 줄고 있다. 시티즌시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부의 휴일 대화 시간은 1시간 남짓으로, 20년 전보다 약 20분 감소했다.

배우자 몰래 새로운 상대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22년 서비스를 시작한 기혼자 전용 매칭 앱 ‘힐메이트’의 누적 회원 수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30~40대 이용자가 가장 많다. 운영사 대표는 “이혼과 결혼 유지라는 양자택일에서 벗어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