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이치방야 SNS
코코이치방야 SNS
도쿄의 유명 카레 체인점 '코코이치방야'. 한 회사원 남성은 주문용 태블릿에 뜬 금액을 보고 놀랐다. 돼지고기 카레에 소시지와 채소, 삶은 달걀을 추가하고 샐러드를 곁들였더니 2000엔이 넘었다. 소시지를 빼고 주문했지만 심야 요금 130엔이 붙어 최종 금액은 1992엔이었다. 그는 “토핑 고르는 게 즐거움이었는데 이제 마음 편하게 추가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물가 상승이 5년째 이어지면서 가격 인상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 급등을 제품값에 반영하는 데서 나아가 인력 확보와 임금 인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가격 인상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가격은 계속 오른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재료 넘어 인건비까지…달라진 가격 인상

"소시지 토핑은 빼주세요"…카레 가격 본 직장인들 '화들짝' [도쿄나우]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카레 체인 코코이치방야는 지난 9월 토핑 12종의 가격을 평균 17% 인상했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는 주문 금액의 7%를 심야 요금으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앞서 소개한 남성의 식사비는 가격 인상 전보다 213엔, 약 12% 늘었다.

이 회사 사장은 인건비 급등을 심야 요금 도입 이유로 들었다. 과거 가격을 올렸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고객 불만이 적다며 “소비자도 익숙해진 것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요인의 변화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식품 제조업체 195개사의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인상 품목 가운데 인건비를 이유 중 하나로 든 비율은 2023년 1월 10%에서 올해 1월 66%로 높아졌다.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든 비율은 같은 기간 줄곧 80~90%대를 유지했다.

일본의 최근 인플레이션은 세 차례의 물결을 거쳤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유·곡물 가격 급등이 첫 번째였다. 2024년부터는 엔화 약세와 인건비 상승, 쌀값 급등이 두 번째 물결을 만들었다. 올해 2월 중동 위기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세 번째 물결의 계기가 됐다. 여기에 인력난으로 임금을 올려야 하는 기업 사정까지 겹쳤다.

가격 올려도 고객 늘어…기업은 인상 속도 높여

일부 기업에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 이탈도 예상보다 작았다. 외식업체 링거하트는 올해 2월 대표 메뉴인 나가사키 짬뽕의 표준가격을 40엔 올려 세금 포함 860엔으로 정했다. 상반기 짬뽕 사업 고객 수가 전년보다 2.4%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0.4% 늘었다. 영업이익도 약 3억5000만엔 증가한 9억4000만엔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의 올해 7월 조사에서는 기업 네 곳 중 한 곳이 가격 전가에 걸리는 기간이 짧아졌다고 답했다.

식품업체 큐피는 2021년 7월부터 약 5년간 여섯 차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인상 전 세전 350엔이던 가정용 마요네즈 450g 제품은 오는 11월 565엔으로 오른다. 약 5년 만에 60%가량 비싸지는 셈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디플레이션에 익숙했던 일본 기업들은 고객 이탈을 우려해 원가가 올라도 가격을 동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임금 인상과 수익 확보를 위해 가격을 올리는 방향으로 행동이 바뀌고 있다.

소비자는 ‘수용’보다 절약…구매력 회복은 더뎌

기업의 가격 인상이 정착하는 것과 가계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별개다. 노무라종합연구소가 올해 7월 약 3000명을 조사한 결과, 식품 가격이 오르면 40%는 더 저렴한 상품으로 바꾸고 30%는 단위 가격이 낮은 대용량 제품을 산다고 답했다. 일본은행 조사에서도 1년 전보다 생활에 여유가 없어졌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질임금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전의 구매력 감소분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가계저축률도 2023년 마이너스 0.4%, 2024년 1.0%, 지난해 마이너스 0.5%에 그쳤다.

추가 물가 상승 압력도 남아 있다. 9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1% 올랐고, 기업 간 거래 가격을 나타내는 기업물가지수는 6.8% 상승했다. 원가 상승이 소비자가격으로 더 반영되고 임금과 물가가 서로를 밀어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일본은행의 10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89%가 1년 뒤에도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오랜 인식은 흔들리고 있지만, 임금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가계에는 절약과 소비 축소의 부담이 쌓이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