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독일, 핵융합부터 방산까지 첨단기술 동맹 확대
일본과 독일이 차세대 에너지원인 핵융합 발전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2030년대 독일에 핵융합 발전시설을 건설하고 여기서 확보한 기술을 일본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핵융합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제조업 강국인 두 나라가 손을 잡았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핵융합 스타트업 교토퓨저니어링과 독일 지멘스에너지, 일본 미쓰이물산은 핵융합로에서 발생한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발전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오는 28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일본 방문에 맞춰 관련 협약을 체결한다.

일본 핵심 장치·독일 발전 기술 결합

지멘스에너지는 발전용 터빈 설계와 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세 회사는 일반적인 수증기 대신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로 터빈을 구동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발전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설비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향후 일본 내 사업화도 추진한다.

교토퓨저니어링은 별도로 독일 핵융합 스타트업 프로시마퓨전과 제휴한다. 핵융합로 내부를 초고온 상태로 만드는 핵심 장치인 자이로트론과 연료 순환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구글 등이 투자한 프로시마퓨전은 독일에 핵융합 발전시설을 건설해 2030년대 실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이로트론 분야에 강점을 지닌 교토퓨저니어링은 핵심 장치를 공급하며 이 사업에 참여한다.

미·중은 2027년 실증 경쟁

인공지능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세계 각국의 핵융합 개발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투자와 실증에서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 스타트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는 지금까지 40억달러를 조달해 2027년 발전 기술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도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해 같은 해 실험용 핵융합로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독일은 2029년까지 핵융합 분야에 20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은 2040회계연도까지 민관 합계 3조1000억엔을 투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발전 실증에 나서는 스타트업에 2026회계연도부터 3년간 약 600억엔을 지원한다.

메르츠 총리는 오는 28일 일본을 방문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회담에서는 핵융합을 비롯해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 첨단기술, 방위산업 협력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메르츠 총리의 방일에는 에너지와 드론, 항공우주 분야를 중심으로 약 30개 독일 기업이 동행한다.

양국이 핵융합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에너지 자원을 해외에 의존한다는 공통 과제가 있다. 2023년 모든 원전을 폐쇄한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확대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정부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할 ‘하이테크 어젠다’의 6대 분야 중 하나로 핵융합을 선정했다.

일본도 액화천연가스 등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핵융합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미래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핵융합 기술뿐 아니라 관련 부품과 장비 공급망까지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