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한미국대사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의 미국 비자 '문턱'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일본인 방문비자 신청자의 거절률은 5%대에 그쳤지만, 한국인은 4명 중 1명꼴로 비자를 받지 못했다. 격차는 4.3배에 이른다.

26일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 회계연도 2025년(2024년 10월~2025년 9월) 한국인의 B1·B2 방문비자 조정 거절률은 24.73%로 집계됐다. B1은 단기 출장용, B2는 관광용 비자다. 미 국무부가 공개한 국적별 통계에서도 같은 수치가 확인된다.

같은 기간 일본은 5.68%였다. 2024년(5.76%)보다 오히려 0.08%p 낮아졌다. 일본은 2021년 이후 줄곧 4~6%대의 낮은 거절률을 유지하고 있다.

◆ 1년 만에 9.76%p 급등…중국마저 추월

한국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2024년 14.97%였던 거절률이 1년 새 9.76%포인트 뛰었다. 외교부 자료로 확인되는 2020년 이후 최고치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에는 8.46%에 불과했다. 2021년 18.03%로 처음 크게 오른 뒤 2022년 17.38%, 2023년 14.44%, 2024년 14.97%로 다소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단번에 20%선을 훌쩍 넘었다.

중국과의 순위도 뒤집혔다. 중국인 거절률은 25.37%에서 20.21%로 5%p 넘게 떨어졌다. 그 결과 한국이 중국보다 비자를 받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

미국과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을 맺은 다른 동맹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수치가 눈에 띈다.

프랑스는 9.67%, 독일은 12.22%, 영국은 20.44%로 모두 한국보다 낮았다. 상승 폭 역시 프랑스 1.17%p, 영국 2.41%p로 한국(9.76%p)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 외교부 "美가 사유 안 밝혀"…한미관계 영향 의문도

외교부는 김 의원실에 낸 답변에서, 미국이 거절 사유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원인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민 문제가 미국 정치의 핵심 쟁점이 되면서 심사가 깐깐해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일본과 중국의 거절률이 내려간 점은 이 설명과 잘 맞지 않는다. 일부 언론은 한국만 거절률이 뛴 배경에 한미관계의 경색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어서, 투자는 받으면서 한국인 입국은 까다롭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의원은 한국의 거절률이 주요국보다 높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체 여행객 기준 아냐" 확대 해석 경계

다만 이 수치가 한국인 전체가 미국 입국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은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과 출장자는 비자 대신 전자여행허가(ESTA)로 미국에 간다. 이번 통계에는 이들이 포함되지 않는다. 비자를 따로 신청하는 사람은 ESTA를 쓸 수 없거나 체류 목적이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본과 신청자 구성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