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어온 황현기 대표
레어온 황현기 대표
트레이딩카드가 단순한 취미와 수집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컬렉터블 자산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관련 시장은 감정·인증 시스템의 발전과 글로벌 팬덤 확산에 힘입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황현기 레어온(RARE-ON) 대표는 미술품과 아트토이, NFT 등 다양한 컬렉터블을 수집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트레이딩카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황 대표에게 글로벌 컬렉터블 시장의 변화와 카드의 소장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 레어온의 사업 방향에 대해 들었다.

Q. 최근 글로벌 트레이딩카드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미국의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를 만났는데, 컬렉터블 카드의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한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포켓몬이나 원피스 같은 TCG부터 스포츠·캐릭터 카드까지 상태와 희소성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대상을 소장하는 의미가 컸다면 최근에는 희소성과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거래하려는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카드가 단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실물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Q. 카드가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감정과 인증 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PSA(Professional Sports Authenticator)는 카드의 진위와 보존 상태를 평가해 등급을 부여한다. 같은 카드라도 상태와 감정 등급에 따라 거래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감정 등급만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IP의 인기와 희소성, 시장 수요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 다만 공신력 있는 감정 시스템이 서로 다른 국가의 수집가들이 공통된 기준으로 카드를 확인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은 중요하다.

Q. 글로벌 카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스포츠 카드 시장은 야구를 시작으로 농구와 미식축구 등 다양한 종목으로 확대돼 왔다. 1952년 제작된 미키 맨틀 야구 카드가 2022년 경매에서 1260만 달러에 낙찰된 사례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디사이퍼는 스포츠 메모라빌리아·트레이딩카드 시장 규모를 2025년 약 330억 달러로 추정하고 2034년에는 2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카드의 가격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팬덤이 카드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포켓몬과 원피스뿐 아니라 스포츠, 애니메이션, K-POP 등 다양한 IP가 시장에 들어오면 컬렉터층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Q. 직접 다양한 컬렉터블을 수집해 왔다. 카드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미술품과 우표, 카우스(KAWS) 아트토이, NFT, 위스키 등 여러 분야를 수집해 봤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수집가가 반드시 경제적 가치만 보고 물건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격보다 먼저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물건이 있다. 카드는 이런 수집의 본질을 작은 실물 안에 담을 수 있다. 여기에 친필 사인이나 실사용 물품, 한정 수량 등의 요소가 결합하면 수집가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줄 수 있다.

Q. 컬렉터블 카드의 소장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를 꼽는다면.

친필 사인, 렐릭(Relic), 시리얼 넘버, 패럴렐(Parallel), 감정 등급 등 다섯 가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렐릭은 선수가 실제 착용한 유니폼이나 사용한 장비 등의 일부를 카드에 담는 방식이고, 시리얼 넘버는 제작 수량을 보여준다. ‘1 OF 1’은 단 한 장만 제작됐다는 의미다. 패럴렐은 같은 디자인에 소재나 색상, 특수 가공 등을 달리해 희소성을 부여한다.

레어온의 ‘불꽃야구 2’에도 선수 친필 사인과 실착 유니폼 렐릭, 시리얼 넘버, 작가별 패럴렐 카드 등을 반영하고 있다.

Q. 시장이 커지면 가품 및 정품 인증 문제도 중요해질 것 같다.

컬렉터블 시장에서 가품 문제는 신뢰와 직결된다. 카드의 희소성과 거래 가치가 높아질수록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레어온은 자체 발행하는 카드에 정품인증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복잡한 기술을 이해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는 희소성뿐 아니라 ‘믿고 수집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

Q. 레어온의 향후 사업 방향은.

기존 트레이딩카드를 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 카드로 충분히 구현되지 않은 IP를 발굴해 새로운 컬렉터블을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데즈카 프로덕션의 리틀아톰을 비롯해 ‘불꽃야구 2’, ‘신의 물방울’, 허재·이용대·현정화 등 스포츠 레전드를 활용한 컬렉터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일본 만화 IP와 K-POP 아티스트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중화권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어린 시절에는 카드가 얼마나 비싸질지를 생각해서 모은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캐릭터나 선수를 가까이 두고 싶어 수집했다. 레어온은 이러한 수집의 즐거움과 소장 가치를 함께 충족할 수 있는 컬렉터블을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고자 한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