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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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우는 현역병을 의대 졸업생이라는 이유로 상근예비역 편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병무청에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병역과 자녀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A씨는 지난해 5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지난 1월 배우자가 자녀를 출산하자 A씨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상근예비역 편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국내 의과대학 졸업자는 상근예비역 편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같은 처지의 현역병을 학력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상근예비역은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거주지에서 출퇴근하며 복무하는 제도다. 자녀를 양육하는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상근예비역 우선선발 대상이다. 현역병으로 복무하던 중 자녀가 태어나 상근예비역 편입을 신청한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현역병 입영업무 규정’ 제41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박사학위 과정 입학 이상의 학력자와 국내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는 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권위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23~2025년 자녀 양육을 이유로 상근예비역 편입을 신청한 현역병 가운데 해당 학력·전공자가 아닌 115명 중 103명이 승인받았다. 승인율은 89.6%에 달한다. 반면 2024년 박사과정 입학 이상 학력자 1명과 2025년 의대 졸업자 1명은 모두 편입이 거부됐다.

병무청은 자녀 양육을 위한 상근예비역 제도가 경제적·사회적 기반이 취약한 병사의 복무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의대 졸업자 등을 제외한 것은 군 의료인력 충원과 현역 복무자와의 형평성, 특혜 논란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전공, 학력과 관계없이 현역병 모두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집단이라고 판단했다. 군의관 등 의료인력 부족은 별도의 제도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이며, 이미 현역병으로 입대한 사람의 복무 형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봤다.

특히 인권위는 병역의무자의 학력이 높다고 배우자가 혼자 자녀를 키우기 수월하다는 주장에도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과 군인의 육아시간 제도 등 다른 육아 지원 제도에서도 학력을 기준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인권위는 지난 13일 병무청장에게 현역병 입영 업무 규정에서 특정 학력·전공자를 제외하는 단서 조항을 삭제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진정은 기각했다. 육군참모총장은 병무청 규정에 따라 단순히 행정 절차를 이행했을 뿐이라는 취지에서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