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반등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건설 경기 침체로 제강사가 철강 제품 감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제강사의 구매가격 인하에 수입 물량 증가까지 겹치면서 고철값 하락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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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내 철스크랩(생철 기준) 평균 유통가격은 t당 42만5670원으로, 연중 고점인 지난 6월(48만3400원)보다 12%가량 하락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주요 봉형강 제강사가 7월 이후 구매가격을 잇달아 내린 영향이다.

이는 해외 고철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된다. 동아시아 철스크랩 수입가격은 8월 t당 48만8998원에서 이달 51만6477원으로 올랐다. 일본 관동철원협동조합의 이달 철스크랩 수출 낙찰가격(H2 등급)도 t당 5만2077엔으로 전월보다 8.2% 상승했다. 철스크랩은 저탄소 제강 방식인 전기로 공정의 핵심 원료다. 제강사는 이를 녹여 철근과 H형강 등을 생산한다. 특히 생철은 불순물이 적어 고품질 철강재 생산에 적합하지만 공급이 매우 한정돼 있다.

국내 가격 하락의 주 원인으로는 건설 경기 위축에 따른 철근 수요 감소가 꼽힌다. 지난 6월 포스코의 연산 250만t 규모 광양 전기로 준공으로 수요 회복 기대가 커지며 가격이 반짝 상승했지만, 건설 불황을 이기지 못했다. 엔화 약세로 수입 원가가 낮아진 일본산을 찾는 수요도 늘었다. 올해 1~9월 일본산 철스크랩 수입금액은 4억136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7971만달러)보다 8.9% 증가했다.

국내 철스크랩 시장은 제강사 외에는 판매처가 마땅치 않은 수요자 우위 시장이다. 제강사가 가동률과 구매가격을 낮추면 유통업체는 싼값에 물량을 넘길 수밖에 없다. 다만 제강사도 원료 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을 온전히 누리기는 어렵다. 대형 건설사와 철근 납품 계약을 할 때 철스크랩 가격을 연동하기 때문이다. 원료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 판매 단가도 함께 낮춰야 해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

제강사 간 눈치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가격 인하에 반발한 유통업체가 공급을 중단하면 수급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포스코와 세아베스틸 등은 추가 인하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올 겨울을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건설 비수기인데다 주요 제강사의 연말 설비 보수까지 겹쳐 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어서다. 가격 약세가 길어지면 고품위 철스크랩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