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을 만듭시다.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2022년 10월 27일 삼성 사내 게시판에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의 일부다. 이 회장은 당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다짐대로 지난 4년 동안 삼성은 ‘당시의 삼성’을 완전히 넘어섰다. 2022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43조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37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와 애플, 구글 등 쟁쟁한 빅테크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됐다.
'근원 경쟁력' 회복한 삼성…AI 전환·미래 투자 속도전

◇조용한 취임 4주년 맞이할 듯

이 회장이 오는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삼성은 이 회장 취임 4주년과 관련한 별도 메시지나 행사를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지난 4년 동안 이룬 최대 성과는 기술 경쟁력 회복 및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거론된다. 한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입지가 흔들린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양산하면서 경쟁사를 압도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잇달아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 회장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파운드리는 구글,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빅테크 고객사의 물량을 따내며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올해 여권형 폼팩터를 최초로 적용한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8’을 출시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계열사 실적도 우상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핵심 배경 중 하나로 이 회장의 리더십을 꼽는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조직 문화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계열사 임원에게 ‘삼성다움’을 교육하고,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전달한 게 대표적이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최근 1년 동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리사 수 AMD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수많은 글로벌 빅샷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HBM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테슬라, 애플 등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낼 수 있었던 것도 이 회장의 네트워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노 갈등 등 과제도 산적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 전환(AX)을 향후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모든 업무 밸류체인을 AI에 접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AX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성과급을 둘러싼 노노 갈등도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난제다. 반도체 부문과 비반도체 부문의 성과급 격차로 직원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 등도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정기 인사를 예년보다 이른 11월 말에 하고 있다. 내년 사업 전략을 더욱 빨리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이 언제 등기임원으로 복귀할지도 재계의 관심사 중 하나다.

한편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삼성의 핵심 전자 계열사는 이번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승계 후보군 보고’를 정식 안건으로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