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즉석밥 브랜드 CJ제일제당 '햇반'이 출시 30주년을 맞아 진화와 혁신에 나선다.

25일 CJ제일제당은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오는 2028년까지 국내외 연매출 1조5,000억원대(소비자가 환산 기준) 초대형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잡곡밥 성장에 지속 집중하는 한편, 개인의 건강 고민과 니즈에 맞춘 제품으로 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찰진 밥(bibigo Sticky White Rice)'을 내세워 '넥스트 K-웨이브(Wave)' 대표 제품으로 키우고, 향후 일상적 한식 밥 메뉴 등 다양한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해 글로벌 두 자릿수대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그간 쌓아온 독보적 기술력과 식문화 트렌드 리더십을 토대로 국내 시장 지배력 강화와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다.

▲'건강한 탄수화물'로 진화…누적 매출만 10조

국내 대표 식문화로 자리 잡은 햇반은 지난 1996년 12월 210g짜리 흰쌀밥으로 처음 출시됐다. 초기 햇반은 갑작스럽게 밥이 모자랄 때 해결하는 '비상식'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1~2인 가구 증가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함께 '집밥을 대체하는 일상식'으로 전환했다. 기술 혁신을 통한 갓 지은 밥맛으로 소비자의 선입견을 깨뜨렸으며, 맞벌이 부부와 젊은 층으로 소비 기반을 다졌다.

제품의 변화에는 한국인의 식생활 변화가 담겼다. 지난 2003년 잡곡밥 7종을 내놨고, 2005년에는 두 공기 제품, 2008년에는 저단백밥과 죽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5년 컵반을 출시했고 2021년에는 솥밥을 구현한 '햇반 솥반'을 선보였다. 이후 곤약밥과 통곡물·렌틸콩을 활용한 '라이스플랜' 등 건강을 강조한 제품도 잇따랐다.

최근에는 '한 공기'의 크기까지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엔 CJ제일제당은 110g짜리 '햇반 부드러운 미니밥'도 출시했다. 기존 210g 표준 용량, 130g 작은 공기에 이어 세 번째로 작은 사이즈다. 소식·저탄수화물 식단이 확산된 데 따른 변화다.

이제 햇반은 '건강한 탄수화물'을 제공하는 헬스앤웰니스(Health&Wellness) 카테고리로 도약하고 있다. 단순히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을 넘어 자신에게 맞게 더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려는 소비자 트렌드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 햇반 잡곡밥 카테고리는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바탕으로 2019년 햇반 즉석밥 국내 사업 중 10%대 비중이었던 것에서 지난해 30% 이상 차지하는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식문화 변화와 소비자 니즈에 발맞춰, 오는 12월에는 건강을 챙기는 소비층을 타깃으로 혁신 신제품 '햇반 단백질 잡곡밥'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햇반 브랜드는 지난 2023년 국내외 합산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약 1조1,000억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지난 1996년 출시 이후 올해 말까지 30년간 누적 매출은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갓 지은 밥맛' 비결은 초격차 R&D…사회적 가치 창출도

햇반이 30년간 압도적 1위를 지켜온 배경엔 쌀 품종과 원료 선정부터 도정·무균공정·패키징, 그리고 영양설계에 이르기까지 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초격차 R&D 역량'이 자리잡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96년 반도체 공정 수준의 '무균화 포장밥 제조 기술'을 시작으로 ‘도정 기술’, 산소 침투를 차단하는 '최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속 발전시켜 왔다.

나아가 다양한 곡물과 원물을 담을 수 있는 '진공가압살균 기술'과 '용기·공정 기술'의 진화를 거쳐 햇반 브랜드는 총 267건(해외 출원 포함)의 브랜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30년의 기술 축적은 백미를 넘어 잡곡밥, 솥반, 글로벌 백미(Sticky White Rice)’ 등 햇반의 영역을 다각도로 확장하는 기반이 됐다.

이제 햇반 R&D는 기존 곡물을 최적의 비율로 배합하는 단계를 넘어 쌀과 곡물의 영양을 과학적으로 설계하는 '영양설계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는 늘리고 탄수화물과 칼로리는 낮추는 영양설계와 성형쌀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맛있는 밥'을 만드는 데에서 나아가 소비자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더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햇반은 국내 쌀 산업 및 지역 사회와의 상생, 지속가능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다. 쌀 소비 감소세 속에서도 지역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국산 쌀 수매량을 확대하며, 지난해에는 10년 전보다 3배 이상 늘린 6만5,000여톤의 국산 쌀을 수매했다. 30여년간 햇반에 사용된 쌀만 20kg 기준 약 4,300만포대(1톤 트럭 약 86만대 분량)에 달한다.

선천성 대사이상 환우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은 지난 2009년부터 수익성과 무관하게 사회적 책임과 사명감으로 생산을 이어오고 있는 '착한' 제품이다. 또 기후변화에 강한 가공용 벼 품종 '동행'을 자체 개발해 안정적 수급 생태계를 만들고 밥맛의 품질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

▲美시장서 30%대 성장…60여개국 글로벌 확대 가속

현재 햇반은 미국,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2017년 비비고 브랜드로 미국 가공밥 시장(1조5,000억원 규모)에 본격 진출한 햇반은 최근 5개년 해외 매출이 연평균 약 30% 수준 증가하며 지속 성장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도 2021년 8%에서 지난해 15%로 늘었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 실장은 "현재 실적 기준으로 미국은 매출 전체에서 한 15% 정도 된다"며 "오는 2028년엔 2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배경에는 웰니스 트렌드와 함께 쌀이 빵 등 다른 탄수화물 대비 '더 좋은(better) 탄수화물'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실제 CJ제일제당 미국 현지 조사 결과 응답자의 34.6%가 '건강한 선택지'라는 이유로 쌀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온 즉석밥·냉동밥·김밥 등 미국 상품밥 시장도 확대되며, 주 1회 이상 쌀을 먹는 미국 소비자는 2023년 37%에서 지난해 45%로 증가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CJ제일제당은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와 톱 인플루언서 협업 등으로 'Sticks To Anything' 캠페인을 펼치며 K-푸드의 글로벌 인식 전환과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향후에는 현지 취식 행태를 반영한 한국식 밥 라인업 다변화와 한국 일상 메뉴의 제품화를 추진해 글로벌 영토 확장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김 실장은 "'한식'하면 '비비고는 만두다'라는 게 기준이 돼 있는데, 그다음은 밥으로 보고 있다"며 "만두처럼 메가 히트 카테고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두는 하나로써 먹을 때 메뉴가 되지만 밥은 다른 반찬이나 프로틴을 같이 어우러지게 하는 식문화"라며 "훨씬 더 중요한 카테고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변이 훨씬 더 넓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승원기자 magun1221@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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