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A씨는 여성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찾아가 성관계를 요구하며 욕설과 음담패설을 퍼부었다.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도 무시한 A씨의 스토킹은 6개월 동안 총 48회에 달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이 고려돼 지난 1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B씨는 전 배우자의 주거지 옆에서 대기하다가 출근길에 접근하고, 하루 동안 20회에 걸쳐 전화와 문자를 시도한 혐의로 지난달 항소심에서 벌금형이 유지됐다.

2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1심 법원이 처리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3355건 중 징역형 등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17.35%에 그쳤다. 이에 비해 벌금 등 재산형 처벌은 두 배가 넘는 39.52%를 기록했다. 법조계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재범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형 선고 비율이 낮은 대표적 사유로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거론된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는 주로 지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만큼 의사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반강제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이경하 한국여성변호사협회 변호사는 “친밀한 관계에서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를 받아내는 것은 쉽다”며 “가해자가 이를 악용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