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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짓고 수출까지…'시간 규제' 걷어내 5년 단축
산업통상부는 23일 대통령 주재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메가프로젝트 반도체 투자 신속 이행을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AI 확산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장 건설에 필요한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과 각종 인허가 절차가 따로 진행되면서 투자 일정이 지연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기업이 기다리는 시간은 줄이고, 핵심 기술의 연구·실증에 필요한 시간은 확보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절차를 병행 처리하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 현재는 산업단지 계획 수립 이후 인허가와 보상, 설계·시공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관련 절차를 동시에 신속하게 추진해 산업단지 조성부터 반도체 생산시설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로 지정되면 기존 반도체특별법에 따른 인허가 의제 외에 추가 인허가도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한다.
반도체 산업단지의 통관 절차도 바꾼다. 현재는 반도체 공장마다 보세공장 특허를 받아야 하고 5~10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같은 산업단지 안에서 물품을 옮길 때도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산업단지 전체를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확대해 외국산 장비와 원재료의 반입·가공·이동을 원활하게 할 계획이다. 보세구역은 외국에서 들여온 물품에 관세 등 세금 납부를 유예하거나 관련 절차를 관리하는 구역이다.
공장 건설에 쓰는 외국산 공사용 장비의 세금 부담도 줄인다. 현재 외국산 기계·설비는 보세건설장에서 세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지만, 분석 장비와 측정기기 등 공사용 장비는 세금을 먼저 내야 한다. 앞으로는 공사용 외국 장비에도 납부 유예를 적용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춘다. 해외 법인에서 생산한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리 부품을 국내 보세공장에 미리 보관할 수 있도록 해 장비 고장에 따른 생산 차질도 줄일 방침이다.
수출 절차도 간소화한다. 공항·항만에서 먼 지방 소재 우수 보세공장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사전 승인된 품목을 먼저 운송한 뒤 이동 중 수출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정부는 국내 반도체 수출의 95%가 보세공장에서 제조·가공돼 이뤄지는 만큼 통관 절차 개선이 기업의 납품 일정 단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현장의 안전 규정과 행정 절차도 손질한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같은 작업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승인과 화학물질관리법상 도급신고를 각각 거쳐야 했던 절차를 개선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승인을 받으면 화학물질관리법상 도급신고를 한 것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고압가스는 여러 실린더 캐비닛의 기술검토와 변경허가를 일괄 처리하고, 서로 반응하지 않는 가스를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현장 특성을 반영한 안전기준 특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개발과 실증을 위한 제도 개선도 포함됐다. 공공성을 갖춘 비영리 반도체 테스트베드 운영법인이 기업으로부터 시설·장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받으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특례를 도입한다. 기업의 장비 기부를 유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실제 생산환경에서 신기술을 시험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다. 우수 보세공장은 연구개발 시제품을 외부 검사·시험 목적으로 반출할 때 매번 사전 허가를 받지 않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정부는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안에서 반도체 핵심 연구인력의 근로시간 특례를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적절한 보상과 건강권 보호를 전제로 노사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별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부터 착공·가동까지 투자 일정을 점검하고, 산업부의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을 통해 부처와 지방정부에 걸친 현장 애로를 상시 조정하기로 했다. 대규모 지방투자에 대한 규제특례와 범부처 맞춤형 지원을 담은 초광역특구법 제정도 추진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경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안전과 근로자의 권리는 지키면서도 현장에 맞지 않는 절차는 과감히 개선해 반도체 기업이 투자와 연구개발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