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츠(Boots) 매장을 방문한 현지 소비자가 조선미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영국 부츠(Boots) 매장을 방문한 현지 소비자가 조선미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온라인에서 뜬 한국 화장품이 유럽의 동네 상권으로 파고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탄 ‘조선미녀’가 현지 대형 유통망으로 판매 접점을 넓히면서다. 관심을 끌어 첫 구매를 유도하던 K뷰티의 경쟁이 가까운 매장에서 손쉽게 다시 사는 소비자를 확보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한방 원료·일상용 가격으로 영국 공략

23일 구다이글로벌에 따르면 조선미녀는 이달 기준 영국 헬스앤뷰티(H&B) 체인 부츠의 1263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2024년 6월 부츠에 입점한 이후 약 2년4개월 만이다. 이 가운데 100개 매장에는 조선미녀 단독 매대가 들어섰다. 회사 측은 입점 점포와 단독 매대 수 모두 부츠 내 K뷰티 브랜드 중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판매 순위에서도 존재감이 커졌다. 회사가 공개한 부츠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런던 웨스트필드 스트랫퍼드에서 단독 팝업 행사를 연 지난 4월 조선미녀는 약 200개 스킨케어 브랜드 중 5위에 올랐다. 약 20개 K뷰티 브랜드 가운데서는 1위였다. 일상용 스킨케어 제품을 묶은 ‘에브리데이 스킨’ 부문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현지 소비자가 매일 쓰는 기초화장품 시장에서 경쟁하는 셈이다.

부츠가 올해 발표한 ‘2026 뷰티·웰니스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츠 내 K뷰티 매출은 전년의 5배로 늘었다.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11초마다 하나씩 팔렸다. 부츠는 올해 한국 화장품 취급 영역을 향수와 헤어케어, 약국 화장품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조선미녀의 제품 전략은 한국적인 원료를 해외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기능과 연결하는 데 있다. 부츠는 조선미녀를 쌀과 인삼 등 한방 원료를 현대적인 처방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대표 제품인 ‘맑은쌀 선크림’은 가벼운 사용감과 보습, 백탁이 없는 점을 앞세운다. ‘인삼+레티날’ 아이세럼처럼 원료와 기능성 성분을 제품명에 함께 내세우기도 한다.

가격도 일상적인 구매를 겨냥했다. 부츠 온라인몰에서 맑은쌀 선크림 50㎖의 할인 전 표시 가격은 15.50파운드, 할인 판매가는 13.17파운드였다. 한방이라는 낯선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가 가격과 사용감을 따져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매일 사용하는 선크림을 통해 브랜드를 알린 뒤 세럼과 크림 등으로 구매를 넓힐 여지도 생긴다.

브랜드·유통망 확보한 구다이, 매출 1.5조

오프라인 유통 확대는 이런 제품 전략을 뒷받침한다. 온라인 콘텐츠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게 하고, 매장은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 필요할 때 다시 구매할 수 있는 접점이 된다. 소셜미디어에서 생긴 관심을 지속적인 판매로 연결할 기반을 넓히는 것이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의 성장 과정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천주혁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이 회사는 화장품 유통에서 출발했다. 2017년 조선미녀 독점 유통계약을 맺고 2019년 브랜드를 인수했다. 2021년 맑은쌀 선크림을 출시했고, 이듬해 미국 아마존 선크림 부문 1위에 오르며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사업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조선미녀를 주력으로 하는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약 4565억원으로 전년보다 41.9% 늘었다. 자회사 등을 포함한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조4700억원, 영업이익은 2734억원이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의 성공 이후 여러 브랜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키웠다. 2024년 티르티르와 스킨1004를 보유한 크레이버코퍼레이션 등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라운드랩 운영사 서린컴퍼니와 스킨푸드를 품었다. 현재 보유 브랜드는 9개이며 해외 매출 비중은 88% 이상이다.

美 화장품 유통사까지 인수


최근에는 해외 판매망 자체를 확보했다. 올해 미국 화장품 유통사 한성USA를 인수하고 구다이글로벌USA를 출범시켰다. 일본에서도 현지 법인을 통해 여러 브랜드를 유통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각 브랜드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해외 유통망과 운영 경험을 함께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브랜드마다 해외 판로를 뚫는 데 필요한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성장의 다음 시험대는 수익성이다. 구다이글로벌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약 1396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매출이 40% 넘게 늘어난 데 비해 이익 증가폭은 작았다. 연결 실적에는 인수 기업이 편입된 효과도 반영돼 있다. 외형 확대와 함께 기존 사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장하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조선미녀 관계자는 “영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 전역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확인할 지표는 입점 점포 수에 더해 매장당 판매액과 재주문이다. 넓어진 매대가 꾸준한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는지가 K뷰티의 대중화를 판단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영국인들 한국서 온 '미녀'에 빠졌다"…1조5000억 잭팟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