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배양 접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hy
hy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배양 접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hy
수도권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비만치료제로 최근 몇달 만에 체중을 15kg 가량을 줄였지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찔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식사량이 줄면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지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체중계 숫자에만 매달렸지만, 이제는 적게 먹더라도 단백질과 비타민 등 필요한 영양을 채울 수 있는 식품을 찾는다.

비만치료제가 식품산업의 경쟁 공식을 바꾸고 있다. 식욕이 줄어든 소비자에게 적게 먹어도 필요한 영양을 채울 수 있는 제품을 파는 경쟁이다. 약물 사용 중 영양 보충부터 이후 체중관리까지 겨냥한 식품과 기능성 원료가 다이어트 시장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hy는 원료 공급, 코스맥스는 차세대 소재

24일 hy에 따르면 체지방 감소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HY7601+KY1032’의 올해 1~9월 판매액은 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108억2000만원보다 약 70% 많다. 원료를 구매하는 기업은 2020년 2개사에서 올해 8월 기준 19개사로 늘었다.

김치에서 두 가지 유산균을 추출한 뒤 조합한 이 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받았다. hy가 개발·생산한 원료를 다른 기업이 구매해 자사 브랜드의 건강기능식품 등에 넣는 구조다. 자체 제품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체중관리 제품 판매가 늘어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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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그룹은 차세대 소재 개발에 나섰다. 미국 하버드의대 수련병원 네트워크인 매스 제너럴 브리검(MGB)과 2029년까지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비만치료제에 활용되는 호르몬 GLP-1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유산균·건기식 원료를 찾는 것이 목표다. 아직 후보 물질을 발굴·검증하는 단계로, 항노화 분야의 신약 후보 물질도 연구한다.

국내 기업들이 기능성 원료에서 기회를 찾는다면 해외 식품기업들은 비만약 사용자의 식탁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네슬레는 2024년 미국에서 ‘바이털 퍼슈트’를 출시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등 영양 구성을 강화하고 비만약 사용자의 식사량에 맞춰 분량을 조정한 냉동식품이다. 피자·파스타 등 익숙한 메뉴를 체중관리 식품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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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먹는 소비자…‘한 끼의 영양’ 잡아라

다논은 지난해 8월 비만약 사용자 등을 겨냥한 발효유 음료 ‘오이코스 퓨전’을 선보였다. 약 207mL의 작은 병에 단백질 23g과 프리바이오틱 식이섬유 5g을 담았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 어려운 소비자를 겨냥해 운동·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체중 감량 중 근육 유지를 지원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미국 콘아그라는 지난해부터 냉동식품 브랜드 ‘헬시 초이스’의 26개 제품에 ‘GLP-1 프렌들리’ 표시를 도입했다. 제품을 새로 개발하는 대신 단백질·식이섬유 함량과 열량 등 기존 제품의 특성을 비만약 사용자의 수요와 연결했다. 약물 사용을 중단하는 소비자도 대상으로 제시했다.

배경에는 식품 소비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지난해 12월 18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 사용자가 있는 가구는 약물 사용 시작 후 첫 6개월 동안 식료품 지출을 평균 5.3%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뉴머레이터의 미국 약 15만 가구 구매 패널 자료에 약물 사용 설문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다. 패스트푸드점·커피숍 등 제한서비스 외식업체 지출도 약 8% 감소했다. 짭짤한 스낵류 지출은 약 10% 줄어든 반면 요거트·신선과일·영양바 등 일부 품목은 늘었다. 덜 먹는 소비자를 상대로 영양과 한 끼 분량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은 감량 이후 체중관리로 이어지고 있다. 약물 중단 후 체중이 다시 늘 수 있어 식생활·운동 관리가 계속 필요해서다. 다만 비만치료제는 목표 체중에 도달한 뒤에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약물 복용 중은 물론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과정에서도 식단 관리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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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