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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캘리포니아의 빛과 그림자
실리콘밸리가 키운 美혁신의 심장
대학·자본·기업이 만든 성장 엔진
집값·생활비 급등에 주민 이탈
세금·규제 부담에 기업도 떠나
복지·재정 압박 갈수록 커져
성장과 분배의 새 균형점 찾아야
박종구 한성대 석좌교수
대학·자본·기업이 만든 성장 엔진
집값·생활비 급등에 주민 이탈
세금·규제 부담에 기업도 떠나
복지·재정 압박 갈수록 커져
성장과 분배의 새 균형점 찾아야
박종구 한성대 석좌교수
캘리포니아의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은 실리콘밸리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를 비롯한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 벤처캐피털, 혁신기업이 한곳에 모여 있다. 반도체와 인터넷을 거쳐 오늘날의 인공지능(AI) 혁명에 이르기까지 캘리포니아는 세계 기술 혁신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교육과 연구의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공대, UCLA 등 세계적인 대학은 연구와 기업가정신을 연결하는 산실이다. 스탠퍼드 리서치파크에는 150여 개 기업이 입주해 6조달러 규모의 기업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술 창업과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여기에 온화한 기후와 태평양을 접한 지리적 여건까지 더해져 가장 매력적인 거주·창업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월 워런,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같은 인물도 미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워런은 연방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인종차별, 표현의 자유, 형사절차와 관련한 획기적인 판결을 이끌었다. 특히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은 공교육에서의 인종차별을 금지했고,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은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폭넓게 보호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크게 확장했다. 닉슨은 소련과의 데탕트를 추진하는 한편 1972년 중국을 방문해 미·중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레이건은 1980년대 보수주의 혁명을 이끌어 뉴딜 자유주의 질서를 신자유주의 질서로 개편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강력한 안보 정책과 대소련 압박으로 냉전 종식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골든 스테이트’의 화려한 성공 뒤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주택 부족, 인구 유출, 재정 압박, 노숙자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2020~2025년 약 17만 명이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인구 유출이 가장 많은 주다. 규제가 적고 친기업 정책을 추진한 텍사스와 플로리다가 각각 250만 명, 190만 명의 인구 유입을 달성한 것과 대조된다. 기업의 본사 이전도 이어졌다. 오라클과 테슬라, 셰브런 등 주요 기업이 본사를 다른 주로 옮겼다. 높은 세금과 규제가 기업 활동과 혁신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크다. 기름값, 렌트비, 전기료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주거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수십 년 동안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높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에 시달리고 있다. 토지 이용 규제와 각종 인허가 절차, 지역 주민의 개발 반대 등이 주택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샌프란시스코 주택 중간가격은 170만달러로 전국 주택 중간가격의 4배 수준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집값은 평균 소득의 10배 이상에 달한다.
인종별 경제 격차도 뚜렷하다. 흑인과 히스패닉 주민의 소득과 자산 수준은 아시아계와 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높은 주거비는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더욱 압박한다. 노숙자 문제는 이런 불균형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샌프란시스코 노숙자는 2000-2018년 50% 증가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노숙자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누적된 주거비와 공급 부족 문제에 더해 정신건강, 약물중독, 사회복지체계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해결이 쉽지 않다.
재정적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막대한 주정부 지출과 의료·복지 분야의 높은 경직성 탓에 신축적 재정 운용의 여지가 제한적이다. 2025~2026회계연도에는 약 15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는 혁신과 번영을 상징하는 동시에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가 혁신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규제와 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 답은 결국 성장과 분배, 시장과 정부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