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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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에 더해 중국 메모리 업체와의 경쟁 심화 우려가 커지면서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히기보다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18.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8.1%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4조4574억원과 9조612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들 주가는 금리·환율 부담과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프론티어 AI 모델의 선두주자 앤트로픽의 올해 3분기 실적이 메모리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다.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 증가율이 45%로 전분기(147%)보다 크게 둔화해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치가 급락하면서 부실 영역에 접어들자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 업체들의 높은 가격 정책을 비판한 데 이어 중국 CXMT의 대규모 증산을 전망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과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지면서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라고 판단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여전히 AI 수요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만큼, 현재 시장의 우려와 주가 낙폭은 과도하다고 진단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오는 2029년까지 AI 가속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50% 후반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최소 2028년까지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비관적 해석보다 업종 내 선두 그룹의 낙관적 전망에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업황의 실질적 훼손이 부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저점 비중 확대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과거와 달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장기공급계약(LTA) 기간도 확대되면서 다운사이클에서의 이익 저점 역시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8년 이후엔 과거처럼 이익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재 주가에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진단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주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2028년 다운사이클을 먼저 반영하고 있다"며 "실적 전망은 유지되는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수급이 동시에 악화되는 현재 상황은 중기 투자자에게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인프라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진정되고 미국 금리 상승 우려가 완화되면 내년 실적 전망이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국내 반도체의 밸류에이션이 회복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