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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존재감 키우는 셀트리온 “IBD서 쌓은 경쟁력, 류마티스·호흡기로 넓힌다”
하태훈 셀트리온 유럽본부장 인터뷰
"복제 넘어 제형 혁신 … 셀트리온, IBD 시장 키워
유럽 현장 파고든 직판, 가격보다 신뢰로 승부할 것"
"복제 넘어 제형 혁신 … 셀트리온, IBD 시장 키워
유럽 현장 파고든 직판, 가격보다 신뢰로 승부할 것"
하태훈 셀트리온 유럽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소화기학회(UEG 위크) 2026’ 현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의료 현장의 요구를 제품 개발과 혁신으로 연결하는 것이 셀트리온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며 “염증성 장질환(IBD)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류마티스질환과 호흡기질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태훈 셀트리온 본부장은 회사의 유럽 직판체제 구축과 사업 확대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2015년 터키 초대 법인장을 맡아 현지 직판체제의 기반을 닦았으며, 2019년 램시마SC 허가를 앞두고 독일 초대 법인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유럽 전역의 직판 사업과 마케팅·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20개 법인을 이끌며 올해 상반기 매출 1조1478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셀트리온 전체 연결 매출액의 약 45.2%를 차지하는 수치다.
셀트리온의 유럽 사업에서 IBD는 핵심 성장축이다. 하 본부장에 따르면 "램시마 제품군과 유플라이마, 스테키마 등 IBD 치료제 제품군이 유럽본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정맥주사(IV)와 피하주사(SC)를 아우르는 제품 구성에 현지 직접판매망을 결합해 의료진과의 접점을 넓힌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램시마SC, 기존 제품 대체 아냐 ... 시장 키웠다"
하 본부장이 꼽은 대표적인 차별화 제품은 인플릭시맙 성분의 피하주사제 ‘램시마SC’다.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투여하던 치료제를 환자가 교육받은 뒤 직접 주사할 수 있도록 바꿔 투여 편의성을 높였다. 유럽의약품청(EMA)도 피하주사 제형의 장점으로 가정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하 본부장은 "출시 초기에는 램시마SC가 기존 램시마 정맥주사제의 매출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두 제형이 함께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램시마 IV 공급량이 오히려 늘었고 SC 공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제품의 수요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인플릭시맙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독일에서 램시마 IV와 SC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73%에 달했다. 아이큐비아(IQVIA)의 자료에서도 같은 기간 램시마 제품군의 유럽 점유율은 약 71%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은 현재 임상 근거와 실제 처방 경험을 축적해 램시마SC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 본부장은 “초기에는 질환이 안정적으로 조절되는 환자를 중심으로 SC 전환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다양한 환자군에서 활용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학회에서도 램시마SC 단독요법과 크론병 환자의 SC 전환 등을 주제로 의료진의 연구 결과와 치료 경험이 공유됐다.
"직판은 판매망 넘어 현장 정보망"
셀트리온의 제형 차별화는 피하주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초 유럽에 출시한 램시마 IV 액상제형은 병원 내 약제 준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동결건조 제형의 분말을 녹이는 과정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하 본부장은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약제 포장을 개봉하고 조제하는 데도 상당한 인력이 들어간다”며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병원 약사의 업무 환경까지 살펴 개선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약제 준비 시간을 줄여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램시마SC 개발 역시 의료 현장의 의견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서정진 회장이 아일랜드의 한 병원을 방문해 정맥주입 치료 담당 간호사의 의견을 들은 것이 개발의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하 본부장은 “현장에서 확인한 미충족 수요를 자체 연구개발 역량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셀트리온이 가진 강점”이라고 했다.
하 본부장은 경쟁 제품이 늘수록 개별 약의 특성뿐 아니라 공급 기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진이 모든 제품의 브랜드명을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셀트리온이라는 기업의 품질과 공급 역량을 믿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품 전략을 실행하는 기반은 직판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유럽 20개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현지채용 직원 약 450명과 주재원 약 20명이 근무한다. 하 본부장은 "자신이 유럽 사업을 맡은 2019년 당시와 비교해 현재 분기 매출이 약 10배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판의 효과를 단순한 유통 단계 축소보다 ‘시장 변화의 원인을 파악하는 능력’에서 찾았다. 파트너사를 통해 판매할 때는 판매량 증감은 알 수 있어도 왜 그런 변화가 생겼는지 신속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 본부장은 “지금은 각국 법인장과 매일 소통하면서 현안을 공유한다”며 “전체 매출에 영향이 나타나기 전 작은 문제를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의 공급 상황이나 입찰 조건의 변화도 현지 조직이 확인해 본사와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입찰에서도 최저가만을 앞세우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가격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과 고객 대응 역량, 입찰 조건 충족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한다”며 “충분한 공급 물량과 유통 체계를 갖춘 뒤 제품을 출시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IBD 성공 모델, 다른 진료과로 확장"
하 본부장은 "향후 유럽 전략의 중심은 IBD에서 구축한 제품 경쟁력과 영업 경험을 다른 치료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라며 "류마티스질환과 호흡기질환을 다음 성장 분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기존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새로운 진료과의 의료진과 관계를 구축해 후속 제품의 시장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영업 방식도 개별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데서 진료 환경 전반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하 본부장은 “류마티스내과 의료진은 류마티스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뿐 아니라 다양한 면역질환을 함께 진료한다”며 “의료진이 어떤 환자를 보고 어떤 치료 옵션을 필요로 하는지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현지 조직의 실행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그는 “현지 직원들은 각국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이고, 한국 주재원은 조직 전체를 연결하고 실행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며 “제품의 차별화와 직원들의 역량을 결합해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