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방에 대규모 첨단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메가특구법’을 20일 당론으로 발의한다. 노사 간 이견이 큰 노동특례는 별도로 추진하고 특구 조성과 투자 지원부터 입법하기로 했다. 노동특례 합의를 기다리다 법안 전체 처리가 늦어지는 것을 막고 연내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부는 가칭 메가특구법의 정식 명칭을 ‘초광역특구법’으로 정하고 지난 16일 최종안을 민주당에 전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상혁 의원이 대표발의를 맡는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대규모 특구를 조성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재정·금융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메가특구법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정하고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를 추진했다. 하지만 근로시간과 고용 규제 완화를 놓고 노동계가 반발해 협상이 길어졌다. 합의되지 않은 특례를 강행하면 사회적 대화가 파행을 겪을 것이라는 부담도 있다.
이에 민주당은 특구 조성과 투자 지원부터 입법하고 노동특례는 노사정 협의를 거쳐 별도로 추진할 방침이다. 노동특례 법안은 추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가 대표발의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다만 이견이 작은 일부 특례는 초광역특구법에 먼저 담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이견이 큰 쟁점은 근로시간과 비정규직 규제 완화다. 정부는 당초 일정 요건을 갖춘 고소득 전문직 등을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연구개발 인력의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검토했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근로 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경영계는 첨단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탄력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과 비정규직 확대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노동특례를 둘러싼 사회적 대화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별도 협의를 제안한 뒤 같은 달 22일부터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영계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가 가동됐다. 20일 5차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핵심 쟁점에 관한 이견은 여전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아직 노사 견해가 너무 달라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특구로 이전하는 노동자의 비용 보전과 생활 안정, 주 4.5일제 도입, 야간노동 제한, 비정규직 남용 방지뿐 아니라 특구 개발 이익을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내부 사정도 협상의 변수다. 민주노총은 이달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위한 사회적 교섭 추진 안건을 논의했다. 하지만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이 대거 이탈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표결이 무산됐다. 차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문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물밑에서 메가특구 의제를 다루던 민주노총 임원들도 선거 국면을 맞아 사퇴했다”며 “향후 사회적 대화 일정도 불확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