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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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2시30분. 서울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긴급히 모였습니다.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소집한 자리였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논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참석자들의 면면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이 참석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와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금융투자협회 증권·선물본부장, KB증권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자리했습니다. 금융위원장까지 모두 10명입니다. 시장을 감독하는 기관부터 주식 거래와 결제를 담당하는 기관, 금융시장 전문가들까지 한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내 증시 동향과 외국인·기관투자가의 매매 흐름을 점검했습니다. 시장이 지나치게 흔들릴 경우 비상대책을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금융위의 세종 이전을 확정한 지 이틀 만에 열린 회의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13일 금융위를 내년 하반기 세종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금감원과 한국은행 등 핵심 협력기관의 이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아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런 회의를 여는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땐 어땠나

금융당국이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게 왜 문제일까요. 평소라면 전화나 화상회의로 협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갑자기 위기가 닥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 국내 금융시장도 극심한 혼란에 빠졌을 때입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오후 4시쯤 증권사 세 곳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관계기관을 긴급히 소집해 어음과 자금 문제를 처리해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하면 개별 금융회사의 자금 사정부터 시장 전체의 유동성 상황까지 빠르게 파악해야 합니다. 금융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들의 위험을 살피고, 한국은행과 증권금융 등은 시장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비슷한 일은 그 뒤에도 반복됐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나 2022년 '레고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됐을 때도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의 협력이 중요했습니다. 평소에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사실상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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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사흘은 회의하는데…

이런 협력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평소에도 각종 심의와 제재 업무를 함께 처리합니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안건소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감리위원회 등이 대표적입니다.

금융위에서만 관련 회의는 일주일에 최소 세 차례가량 열립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국·실장, 과장뿐 아니라 금융회사와 법무법인,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참석하기도 합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회의가 저녁까지 이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금융위 정례회의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금융위는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금감원장과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3명은 현재까지 서울 소재 기관의 당연직 위원입니다. 금융위가 세종에서 회의를 열면 이들이 내려가야 하고, 서울에서 개최하면 금융위 간부들이 올라와야 합니다. 회의마다 여러 기관 관계자들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야 하는 만큼 회의가 몰리는 날에는 KTX 표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물론 모든 회의를 직접 만나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화상회의나 서면 협의로 해결할 수 있는 업무도 많습니다. 실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비대면 회의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문제는 금융시장이 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 점입니다. 전날처럼 증시가 급락하면 금융당국과 시장 관계자들이 급히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여러 기관이 동시에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물리적 거리가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일상적인 정책 협의부터 금융시장 위기 대응까지 함께 처리해야 할 일이 워낙 많다"며 "기관 간 거리가 멀어지면 회의 참석에 드는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부처의 세종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이런 방향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지금처럼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합니다. 금융위의 세종 이전을 단순한 사무실 이전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금융당국 백브리핑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코너입니다. 공식 발표로는 보이지 않는 정책 배경과 시장 반응, 내부 분위기까지 더 가까이에서 전달하겠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