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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공화국, 남의 길 좇다 나를 지웠다
소득 4만달러 시대 품격을 묻다
(4) 구심력 사회에서 원심력 사회로
밀려나면 끝이란 공포…획일화된 목표 지향
아파트·대학·직장 '1등 정답'만 보고 달려가
(4) 구심력 사회에서 원심력 사회로
밀려나면 끝이란 공포…획일화된 목표 지향
아파트·대학·직장 '1등 정답'만 보고 달려가
지난 12일 서울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단지 곳곳에서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민이 아니라 새 아파트를 답사하러 온 사람들이다. 서울 동작구 주민 김모씨(55)는 “살 수 있는 집은 아니지만 1등 아파트를 보고 싶어 둘러보고 있다”고 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호가는 60억원 안팎이다.
올 8월 입주를 시작한 트리니원은 내년 입주하는 디에이치 반포124와 차세대 대장 아파트를 겨루는 단지다. 부자 동네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한국이 다른 점은 모두가 한곳을 쳐다본다는 것이다. ‘강력한 비교 사회’인 한국에서 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남들이 사는, 선망하는 아파트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획일적 비교 사회의 또 다른 지표는 대학 진학률이다. 지난해 한국 청년(25~34세)의 대학 졸업률은 71.1%. 18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남들 다 가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패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은 대학 진학률로 나타났다. 여기에 직장을 더해 한국인 삶의 기준은 ‘부동산’ ‘학벌’ ‘직장’이라는 세 가지 상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역으로는 서울이다.
한국이 강력한 비교 사회가 된 것은 단일한 민족이 좁은 지역에 몰려 사는 밀집성에서 기인했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평가다. 주변이 모두 비교 대상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압축 성장이라는 요인까지 더해졌다. 동질적인 사회 구조에서 단일한 성공 기준을 갖게 된 배경이다.
비교와 경쟁은 경제성장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가려는 욕구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 국가 발전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사다리에 오를 수는 없다. 한강변 아파트는 한정돼 있고, 좋은 직장은 늘어나지 않고, 경쟁에서 탈락해 체념하는 청년은 늘고 있다.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의 박탈감은 남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따지는 ‘검증’으로 이어진다. 검증에서 문제가 생기면 비난이 집중된다. 비교가 ‘저격’의 재료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오이시 시게히로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는 “지나친 비교 없이도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개인은 남이 아닌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사회는 성공에 이르는 여러 갈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의 품격을 갖추려면 단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구심력 사회에서저마다의 길을 인정하는 원심력 사회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올 8월 입주를 시작한 트리니원은 내년 입주하는 디에이치 반포124와 차세대 대장 아파트를 겨루는 단지다. 부자 동네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한국이 다른 점은 모두가 한곳을 쳐다본다는 것이다. ‘강력한 비교 사회’인 한국에서 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남들이 사는, 선망하는 아파트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획일적 비교 사회의 또 다른 지표는 대학 진학률이다. 지난해 한국 청년(25~34세)의 대학 졸업률은 71.1%. 18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남들 다 가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패배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은 대학 진학률로 나타났다. 여기에 직장을 더해 한국인 삶의 기준은 ‘부동산’ ‘학벌’ ‘직장’이라는 세 가지 상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역으로는 서울이다.
한국이 강력한 비교 사회가 된 것은 단일한 민족이 좁은 지역에 몰려 사는 밀집성에서 기인했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평가다. 주변이 모두 비교 대상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압축 성장이라는 요인까지 더해졌다. 동질적인 사회 구조에서 단일한 성공 기준을 갖게 된 배경이다.
비교와 경쟁은 경제성장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가려는 욕구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 국가 발전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사다리에 오를 수는 없다. 한강변 아파트는 한정돼 있고, 좋은 직장은 늘어나지 않고, 경쟁에서 탈락해 체념하는 청년은 늘고 있다.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의 박탈감은 남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는지 따지는 ‘검증’으로 이어진다. 검증에서 문제가 생기면 비난이 집중된다. 비교가 ‘저격’의 재료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오이시 시게히로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석좌교수는 “지나친 비교 없이도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개인은 남이 아닌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사회는 성공에 이르는 여러 갈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의 품격을 갖추려면 단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구심력 사회에서저마다의 길을 인정하는 원심력 사회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