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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 업체 비야디(BYD)가 유럽 현지 직원을 1만 명에서 2030년 4만 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14일 발표했다. 폭스바겐 구조조정에 따른 역내 자동차산업 고용 감소 인원(5만 명)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 기업이 앞다퉈 해외 생산 시설과 공급망 확보에 나서면서 각국 고용의 버팀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무역 규제가 강화되자 수출만으로는 해외 시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영향이 크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저렴한 노동력을 외국 기업에 제공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세계의 고용주’로 바뀌고 있다.

◇고용 버팀목 된 중국 기업

유럽서 4만명 채용하는 中 BYD
이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YD는 올해 4분기 헝가리 공장을 가동하고 프랑스 등지에 공장 두 곳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 등 유럽 자동차 업체의 유휴 생산 시설을 인수해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인력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업체 감원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주된 채용 대상이다.

체리자동차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을 활용하는 합작 사업을 벌여 2030년까지 직원 3000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터리 업체 CATL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연산 10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해 약 90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중국 기업은 주요 고용주로 자리 잡았다. 중국 가전 기업 하이얼이 2016년 인수한 GE어플라이언스는 미국 전역에서 약 1만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제조 시설에 30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고 일자리를 1000개 이상 추가 창출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켄터키주 루이빌 공장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사들인 중국 자동차 유리 업체 푸야오글라스도 현지에서 일자리를 2000개 이상 창출했다. 이 공장은 중국 자본과 미국 노동자의 협업·갈등을 그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배경이 됐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원자재 및 배터리 기업이 현지 고용을 늘리고 있다. 중국 칭산그룹 등이 투자한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의 직접 고용 인력은 올해 7월 기준 9만7427명에 달했다. 여기에 협력 업체 근로자 약 2만 명이 추가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도 변신 나서

중국 상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해외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 5만8000여 개가 189개국에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의 해외 직원은 총 476만1000명이며 그중 62.3%인 296만5000명이 현지 직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자본이 세계 각지 고용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이 현지 고용에 적극적인 것은 무역 규제와 공급망 재편 때문이다. 중국 세관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6.3% 증가한 447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카 수입 물량을 제한하는 등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관세 부담을 낮추고 고용 확대를 중시하는 각국 정부의 반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현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해외 고용 확대에 나선 중국 기업은 현지 근로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경영 방식도 바꾸고 있다. 하이얼이 인수한 미국 GE어플라이언스는 지난해 현지 노동조합과 4년 단체협약을 체결해 의료보험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인상 체계를 도입했다. 체리차가 참여한 스페인 에브로의 자동차 생산 사업도 노조와 맺은 고용 합의에 따라 옛 닛산 공장 근로자 842명을 재채용했다. 중국식 근로 문화와 미국 노동 관행이 충돌한 미국 푸야오글라스 공장에서도 중국인 관리자를 대상으로 미국 문화 적응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한국 기업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이른바 ‘세계 경영’에 나서면서 스스로의 체질 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