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8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무인항공시스템 종목에 출전해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48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무인항공시스템 종목에 출전해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폐막한 제48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이 대회에서 중국은 금메달 4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4개를 휩쓸며 5회 연속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전체 64개 가운데 3분의 2에 가까운 종목에서 정상에 올랐으며 2위 한국(금 4개)과의 금메달 격차는 열 배 이상이었다.

컴퓨터수치제어(CNC) 밀링에서 6연패, 벽돌쌓기와 의상기술에서 5연패를 달성했으며 전기설비와 전자기술, 자율이동로봇 종목에서는 4연패했다. 2011년 첫 출전 때 은메달 하나를 따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이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른 결과다. 여기에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에 고급 기술 인력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이 자리한다.

◇올림픽 선수만큼 지원

AI 스마트공장 늘리는 中…국가대표처럼 숙련공 키운다
6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대표 훈련기지는 375개에 이르렀다. 직업학교 253곳부터 대학과 기업까지 ‘기술 금메달리스트’ 배출에 뛰어들었다. 각 기지에는 중앙정부가 인력과 물자, 재정을 지원해 합숙 훈련을 책임졌다. 지방 대회 및 전국 대회를 거치며 선발한 유망 선수에겐 전문 코치와 역대 우승자 멘토를 붙여 기술, 체력은 물론이고 심리까지 훈련했다.

훈련 강도 역시 올림픽 대표 선수 못지않다. 이번 기능올림픽 철도차량기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허샤오만은 창춘 훈련기지에서 매일 오전 7시부터 하루 14시간 이상 훈련했다. 영하 20도를 밑도는 혹독한 추위 속에 여성으로서 불리한 근력을 보완하기 위해 체력 훈련을 별도로 받았다. 차량 덮개 탈착과 배선, 고장 진단 등 기술 과목을 수없이 반복했다. 결국 금메달과 함께 대회 최고 득점자에게 주는 ‘앨버트비달상’을 받았다.

금전 보상도 파격적이다. 선전시는 선전 출신 메달리스트에게 금메달은 100만위안(약 2억원), 은메달은 60만위안, 동메달은 40만위안을 지급한다. 코치진에게도 별도 보상이 돌아간다. 베이징시는 2024년 금메달리스트에게 30만위안을 줬다. 고급 기술자 등급을 부여하는 한편 기술 전문직 심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미래 커리어까지 관리한다. 금메달을 배출한 훈련기지에는 종목당 50만위안을 지급했다.

◇AI·로봇만으로 공장 못 돌려

기능올림픽에서 사람은 직접 벽돌을 쌓고 옷감을 자르며 기계를 고친다. AI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AI로 공장이 자동화할수록 사람의 기능은 더 복잡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을 설계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만으로는 스마트 공장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생산라인에 로봇을 설치하고 시운전하며, 센서와 제어장치를 조정하고 예상하지 못한 고장을 찾아내는 역할은 미래에도 숙련 기술자가 맡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제조와 검사, 유지보수, 물류 등의 현장에 배치된 로봇을 훈련하면서 핵심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복합형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피지컬 AI가 현실세계 공장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인간 숙련공은 데이터 생산자이자 교사, 설치자, 유지보수 전문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제조 기술 중요성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직업학교와 공장 근로자를 낮춰 보는 사회 인식을 바꾸고 제조업 고도화에 필요한 숙련 인력을 대규모로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기준 중국의 숙련 기술자 부족 인원이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2027년까지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경제 등을 중심으로 3000만 명 이상에게 정부 보조 직업 훈련을 제공하기로 했다.

상하이의 한 대학 관계자는 기자에게 “중국이 공격적으로 AI·반도체 인재를 늘리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생산 현장의 기능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AI 두뇌와 로봇 몸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사람의 기술이 종합적 제조 역량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