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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자체는 성장 땔감…질투로 바뀌면 독이 된다
미국 심리학 석학이 본 韓 비교문화
집·車 등 물질에 견주면 불행해져
최대주의자보다 만족주의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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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의자보다 만족주의자 돼야
오이시 시게히로 미국 시카고대 심리학과 석좌교수(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비교 성향을 이렇게 짚었다. 일본 출신인 그는 나라별 문화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심리학자로, 국내에는 지난 3월 출간한 <인생은 행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인의 비교 문화를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았다. 다만 무엇을 두고 비교하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그가 먼저 사례로 제시한 것은 일본이다. 오이시 교수는 “일본인도 명문대를 몇 곳으로 좁게 보지만 대부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신을 이류, 삼류 인생으로 여기며 그 자리를 받아들인다”며 “하지만 한국인은 삼류에서 이류로, 또는 일류로 끊임없이 올라가려 한다는 점에서 존경스럽다”고 했다. 일본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70~1980년대 일본도 지금의 한국과 비슷했지만 경제가 정체되면서 많은 사람이 하나의 길을 좇는 일을 멈췄다”고 했다. 한국인이 끊임없이 남과 견주는 것은 아직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미국과는 비교 대상의 폭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미국인도 좋은 교육과 직장을 중시하지만 무엇이 ‘좋은지’의 범위가 한국보다 훨씬 넓다”고 했다. 그런 미국도 최근 비교가 심해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1990년대 초 미국에선 2년제 대학을 거쳐 주립대로 편입하고도 만족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 사립대)만 바라보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인의 쏠림은 ‘나라적 조건’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동질적이고 작은 나라에서 성취 욕구까지 높으면 모두가 따르는 공통의 기준이 생긴다”며 “소수의 승자가 크게 성공한 것처럼 보이면 사람들은 세상을 더 치열한 곳으로 느끼고 남과 더 많이 비교한다”고 했다. 이어 “사람은 문화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면 삶의 방식과 성공에 이르는 길이 여럿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며 “한국인은 이사를 자주 하지만 대부분 같은 도시 안에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더 비싼 동네로 옮겨도 그곳에서 또 다른 상향 비교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비교에는 득과 실이 함께 있다. 오이시 교수는 “국민이 다들 서로 비교하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유능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뛰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노력과 지식, 가치 있는 성취를 견줄 때 비교는 성장의 연료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집과 차 같은 물질적 부로 옮겨 가 영감 대신 질투를 낳으면 해롭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인의 낮은 삶의 만족도 역시 위를 향한 비교와 질투에서 이유를 찾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만족주의자’보다 늘 최선만 찾는 ‘최대주의자’가 많다는 것이다.
오이시 교수가 연구한 ‘심리적으로 풍요로운 삶’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채워진 삶이다. 그는 “정해진 하나의 성공 경로로는 풍요로운 삶이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각자 자기 강점을 살려 관심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성공과 행복에 이르는 더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