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장을 마치며 지난달 2일(-3.99%)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43.08포인트(4.83%) 내린 849.19로 장을 종료했다. 2026.10.12 / 사진=연합뉴스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장을 마치며 지난달 2일(-3.99%)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43.08포인트(4.83%) 내린 849.19로 장을 종료했다. 2026.10.12 /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외국인 투자자의 투매에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증시와 동떨어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성과는 뚜렷하지만, 외국인은 이익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 주주환원·지배구조 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장을 종료했다. 0.72% 내린 6578.17로 출발한 지수는 빠르게 낙폭을 확대했고, 결국 64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2.5% 증가한 107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업황이 견조한 상황에서도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관련주 주가가 크게 내린 탓이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일인 지난 8일 2.42% 내린 데 이어 이날도 4% 넘게 급락해 24만원대로 주가가 밀렸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4거래일 연속으로 2.4∼3.7%씩 급락해 180만원대 중반에서 160만원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5331억원, 1조43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두 종목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만 약 1조5762억원에 달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반도체 실적이 아닌 외국인 수급"이라며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를 웃돌았고, 메모리 가격과 AI 인프라 투자도 견조하지만 외국인 매도 지속에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6월 하순에서 7월까지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조정 이후 주요국 증시 대비 현저히 낮은 회복탄력성을 보여왔다. 코스피 현 지수대는 전고점(6월 22일·9114.55) 대비 30% 가까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달 8일 장 마감 기준 11.05배로 2023년 1월 6일(11.02배)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반면 지난 7월29일 1만445.44까지 추락했던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현재 1만2572.42로 전고점(6월 22일·1만4655.29)과의 간격을 14.21%까지 좁혔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49,301.96으로 전고점(6월 23일·48,218.87)을 넘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 결과 상반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였던 코스피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52.34%로, 대만(70.35%)에 역전됐다.

지난 7월 급락장 여파로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손실 구간에 있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도 매수 여력이 제한되며 수급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외국인이 연일 '팔자'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99조원을 순매도했다. 상반기에 177조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7∼8월에는 매도 강도가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나 9월에는 21조5000억원으로 순매도 규모가 다시 커졌다.

이 연구원은 "최근 고금리, 고유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매도를 강화했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외국인 이탈을 매크로 변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대만은 높은 장기금리에도 AI 관련주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이라며 "같은 AI 수혜국이라도 주가 회복력과 투자자들이 부여하는 성장 지속성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이탈을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견조한 실적이 곧바로 주가 상승과 외국인 순매수로 연결될 것이라는 판단 역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가 "미국 나스닥과 일본 닛케이, 대만 자취안 지수는 사상 최고치 근처인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라며 "빨리 상반기 메모리에 대한 기억을 잊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반도체 수출 호조도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증권이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액은 12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은 261억달러로 102% 늘었고, 일평균 수출은 47억 5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도 한국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B급 시장' 취급을 받는 것은 기업 경쟁력과 자본시장 경쟁력이 별개이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대만은 AI 산업의 성장성을 주식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연결하는 반면, 한국은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익의 지속성과 주주환원,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이 현재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보다 그 이익이 앞으로도 유지될지, 주주에게 얼마나 돌아갈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외국인 자금을 묶어두려면 단기적인 증시 부양보다 이익 지속성을 높이고 주주환원과 지배구조를 개선해 한국 주식을 장기 보유할 유인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memo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