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다산칼럼] AI의 간택을 받을 것인가
AI에이전트 시대 연 메타 '뮤즈'
쇼핑·여행·금융 판도 흔들어
AI가 기업의 핵심고객으로 부상
AI 선택 받기 위해 변신하거나
대체 못할 경험·가치 만들어야
이도 저도 아닌 기업들은 도태
고경봉 편집국 부국장
쇼핑·여행·금융 판도 흔들어
AI가 기업의 핵심고객으로 부상
AI 선택 받기 위해 변신하거나
대체 못할 경험·가치 만들어야
이도 저도 아닌 기업들은 도태
고경봉 편집국 부국장
그동안의 AI는 추론하고 답하는 존재였다. 사람들의 곁에서 의사 결정을 도왔다. 그런데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기존 AI가 좋은 물건을 찾아 추천해줬다면 AI 에이전트는 각종 사이트와 앱을 찾아 좋은 물건을 고르고 구매한다. 기존 AI가 여행 일정을 짜줬다면 AI 에이전트는 그 일정에 맞춰 여행상품이나 항공편, 호텔과 식당을 스스로 예약한다. 금융·투자 분야도 마찬가지다. 수익률과 리스크를 따져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수준을 넘어 AI 에이전트는 직접 투자하고 운용할 것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구독 상품도 사람들은 관행적으로 가입 상태를 유지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쓰지 않는 유료 구독 앱을 골라 해지할 것은 해지한다.
금융·통신·여행·항공 분야 주요 기업은 뮤즈가 등장한 날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경영진은 판단의 기로에 섰다. 그동안 사람들을 대상으로 죽어라 마케팅해왔는데, 이제는 AI에 잘 보여야 하나.
사실 이 딜레마에 이미 직면한 산업이 있다. 미디어 분야다. 사람들은 언론사 웹사이트나 포털에서 기사를 검색하는 대신 AI가 골라주는 기사를 취사 선택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미디어의 광고 수입과 페이지뷰는 확 줄었고 이제는 AI의 선택을 받는 게 절실해졌다. 수많은 미디어가 어떻게 하면 AI에 많이 인용될지를 연구하고 그 알고리즘에 맞춰 기사 제작 방식을 바꾸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르몽드 같은 대형 미디어는 AI가 자신의 기사를 먼저 가져다 쓰도록 발 빠르게 계약했다. AI를 못 이길 바에는 그 생태계 내에서 다른 미디어보다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반대 방향으로 가는 미디어도 있다. 블룸버그와 톰슨로이터 같은 전문 매체다. 금융 등 특정 분야 전문 콘텐츠와 자체 데이터, 분석도구, 자체 AI 코파일럿을 바탕으로 ‘일반 AI로는 볼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그 중간에서 AI에 최적화되지도 못하고, 별다른 주특기가 없는 미디어다. 이들은 모조리 공멸할 위기에 놓였다.
이제 뮤즈의 등장으로 다른 서비스 산업도 갈림길에 섰다. AI의 간택을 받을 수 있게 변신할 것인가, 아니면 AI가 줄 수 없는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유통 공룡들이 맨 먼저 선택을 시작했다. 쇼피파이와 월마트는 전자를 택했다. 뮤즈 이용자가 자사 쇼핑몰에서 검색하고 결제할 수 있게 허용했다. 아마존은 반대쪽에 섰다.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위험을 각오하고 뮤즈의 사이트 접근을 차단했다. 막대한 고객 데이터와 자사 상품 조달 능력, 자사의 자체 AI를 활용해 범용 AI 에이전트의 공세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사람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영역에서 기업은 이런 선택을 요구받게 됐다. 이제 여행도 양분화될 것이다.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간다면 AI 에이전트에 상품을 구해달라고 물어볼 것이고, AI 에이전트는 각 여행사에 연락해 제안을 쭉 받아본 뒤 가장 적절한 상품을 찾아 직접 결제할 것이다. AI 에이전트의 요구에 맞춰 발 빠르게 상품화할 수 있는 여행사가 돈을 번다.
이 경쟁이 싫다면 특화해야 한다. 아만, 벨몬드와 같은 초고급 호텔·여행 브랜드는 아마도 “얼마까지 맞춰줄 수 있느냐”는 AI 에이전트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다른 호텔이나 여행사가 줄 수 없는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기업은 살아남는다. 알고리즘에 선택받지 않고도 소비자가 먼저 찾는 기업 역시 강해질 것이다. 위험한 것은 AI 에이전트에도 잘 보이지 않고, 인간이 굳이 찾을 이유도 없는 기업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말라죽는다. 그런 세상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