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다산칼럼] 인공지능 시대의 창조성
100년 수학난제 풀어낸 오픈AI
인간은 그 해법조차 따라가기 벅차
수많은 경우의 수 조합하는 능력
사람이 직접 경쟁하는 건 비합리적
AI와 협업 통해 생산성 끌어올리고
인류의 창조적 영역도 함께 넓혀야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인간은 그 해법조차 따라가기 벅차
수많은 경우의 수 조합하는 능력
사람이 직접 경쟁하는 건 비합리적
AI와 협업 통해 생산성 끌어올리고
인류의 창조적 영역도 함께 넓혀야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하나는 미국 수학자 둘이 자신들의 연구를 오픈AI가 알고서 거대한 AI 모형을 동원해서 앞질러 풀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것은 윤리적 문제이므로 판정은 명료하다.
다른 하나는 166매나 되는 복잡한 증명 과정을 사람들이 따라갈 수 없으므로 이번 AI의 증명은 가치가 아주 작다고 저명한 수학자들이 지적한 것이다. 수학자들이 AI와 협동해서 수학 문제들을 풀지 못하면 수학자들이 창의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터이다. 이것은 갑자기 닥친 ‘AI 시대’에 모든 분야에서 인류가 맞은 근본적 문제다.
1956년 봄 앨런 뉴얼, 허버트 사이먼, 클리프 쇼는 자동화된 정리 증명(automated theorem proving) 프로그램을 만들어 ‘로직 이론가(logic theorist)’라 불렀다. 그 프로그램은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역저 <수학 원론>의 처음 52개 정리들 가운데 38개를 이내 증명했다.
그것들 가운데 하나는 원래의 증명보다 간단하고 우아했다. 그래서 로직 이론가는 첫 AI 프로그램이라고 불렸다. 존 매카시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말을 쓴 것이 그해 여름 다트머스 학술대회였으니, AI란 말이 생기기도 전에 나온 AI였다.
로직 이론가와 그것에서 진화한 프로그램들의 기법은 나무 탐색(tree search)이니, 그 추론 과정의 모습이 나무를 닮았다. 뿌리는 초기 가정(hypothesis)이고 거기서 여러 가능성이 도출돼 마디(node)를 이룬다.
그래서 줄기, 큰 가지, 잔가지, 잎새로 확산된다. 그 나무 어딘가에 목표가, 즉 프로그램이 증명하려는 명제가 있다. 그리고 초기 가정이라는 첫마디에서 명제라는 마지막 마디에 이르는 경로 자체가 증명 과정을 이룬다. 당연히, 사람들이 로직 이론가 같은 AI의 증명 과정을 따라가기는 무척 어렵다.
이런 증명 과정에서 결정적 중요성을 지닌 것은 가능성이 아주 작은 길들을 버리는 능력이다. 나무 탐색은 곧바로 조합 폭발(combinatorial explosion)에 직면한다. 예컨대 마디마다 세 갈래 길이 있다면 마디는 1, 3, 9, 27, 81, 243…으로 늘어난다.
바둑을 둘 때 고수들은 많은 수 가운데 옳을 가능성이 낮은 것들을 이내 버린다.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프로그램 ‘알파폴드’로 발전시켜 생물학에서 혁명을 일으킨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조합 폭발을 제어하는 것이 AI 이용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바로 이 점에서 사람이 AI에 크게 뒤진다.
뛰어난 수학자들이 이런 상황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이내 이해가 간다. 일반인은 짐작하기도 어려운 추상적 영역에서 창조성을 발휘해 명성과 존경을 누려온 그들로선 로직 이론가의 후예 AI에 밀려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AI가 잘하는 일에서 AI와 경쟁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그리고 비합리적 행태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해로워서 ‘창조적 파괴의 강풍’에 날려갈 수밖에 없다. 개인이나 사회나 AI를 잘 이용해 보다 높은 생산성을 성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창조적이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은 대체로 AI 시대 도래에 창조적으로 대응한다. 기술의 발전은 늘 사람들이 움직일 공간을 넓혀왔다. 혁명적 기술인 터라 AI는 이미 사회 생태계를 혁명적으로 넓혔고, 앞으로 인류 문명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터이다.
만일 AI가 인류에게 재앙이 된다면 잘못은 인류에게 있을 것이다. 이것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예언자 가운데 하나인 과학소설 작가 아서 클라크가 확신에 차서 한 예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