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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가 나설 차례다
KB금융 회장 선임의 신선한 충격
회추위의 독립된 의사결정이 핵심
유상증자 논란도 정보 비대칭 탓
이사회의 검증·소통 부재가 원인
독립이사 인선 구조부터 손질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나서야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회추위의 독립된 의사결정이 핵심
유상증자 논란도 정보 비대칭 탓
이사회의 검증·소통 부재가 원인
독립이사 인선 구조부터 손질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나서야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린 스타우트 미국 코넬대 교수는 주식회사를 주주·경영진·채권자·근로자가 함께 가치를 만드는 공동체로 보고, 이사회를 특정 집단의 대리인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장기 가치를 지키는 조정자로 규정했다. 그는 단기 주가에 매몰된 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희생시킨다고 경고하며, 경영진의 압력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재량이 이사회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 재량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설명 책임이 담보될 때만 정당화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기업의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근의 유상증자 논란이다. 지난 1년간 유례없는 증시 활황에도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는 그만큼 활발하지 않았다. 증자를 발표한 기업이 주가 하락과 주주 반발로 규모를 줄이거나 철회하는 사례도 나왔다. 주가가 높을 때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재무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 이후 주주 눈치를 보느라 자본 확충과 투자의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진단은 원인을 잘못 짚었다. 경영진과 주주 사이에는 정보 비대칭이 존재한다. 경영진은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볼 때 주식을 발행할 유인이 있고, 투자자는 이를 알기에 증자를 부정적 신호로 읽는다. 증자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기업재무 이론과 국내외 실증 연구가 이미 확인한 현상이다. 여기에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 과거 경험이 쌓이면서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까지 증자를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됐다.
유상증자는 이사회의 심도 있는 논의와 승인을 거쳐야 하는 중요 의사결정이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책임도 이사회에 있다. 조달 자금의 투자수익률이 자본비용을 넘는지, 보유 현금이나 차입 대신 왜 증자여야 하는지, 일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는 않는지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그 판단을 시장에 설명하는 것이 이사회의 책무다.
문제는 우리 이사회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 기업은 투자 자금 조달을 명분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증자를 발표했다. 정작 투자는 영업이익으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증자가 대주주 일가와 연관된 계열사의 지분 거래와 맞물려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됐지만, 이를 실행할 이사회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법 조문은 선언에 그친다. 증자가 설득력을 잃은 것은 이사회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독립이사의 전문성·다양성·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 전문성은 기본이고 다양한 경력과 배경, 무엇보다 독립성이 있어야 경영진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사회를 구성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지배주주가 있고, 지분이 분산된 기업조차 독립이사 선임 때 경영진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렵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실효성 있게 운영해 일반 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선임될 통로를 넓혀야 한다. 독립이사 추천 경로를 외부 전문기관과 기관투자가로 다양화하고, 이사별 찬반 내역과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증자, 합병, 계열사 간 거래처럼 지배주주와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은 독립이사로만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검토하는 방안도 도입할 만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마지막 퍼즐은 이사회다. 좋은 지배구조는 지배주주의 선의가 아니라 제도를 통해서만 마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