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엔지니어 출신 경영진을 앞세워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배터리·화학 분야 전문가에게 주요 계열사를 맡겨 첨단소재 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참치 등 가공식품으로 성장한 동원은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을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필름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기술 책임자를 지주사 대표로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원그룹이 영입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 공학, 축산학 등 기술 분야 전공자는 5명이다. 동원산업 장인성, 동원시스템즈 정용욱·신동만, 동원건설산업 조성진, 동원팜스 노경탁 대표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신사업을 이끌 외부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하면서 경영진의 전문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변화의 중심엔 지주사 동원산업이 있다. 지난해 3월 기존 지주 부문과 사업 부문에 더해 기술 부문을 신설하고, 그룹 연구개발과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장인성 종합기술원장을 대표로 발탁했다. 기술 책임자에게 신사업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맡긴 것이다.
장 대표는 독일 베를린공대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멘스 연구원과 현대자동차그룹 생산기술센터장을 거쳐 2022년 합류했다. 부산항 자동화 터미널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의 기술 기반을 마련하고 계열사 공장 자동화와 냉동공조 설비 개선을 추진했다. 종합기술원에서 발굴한 사업을 계열사에 넘겨 키우는 역할도 맡았다.
식품 포장재를 생산해온 동원시스템즈는 2024년 영입한 정용욱·신동만 대표를 앞세워 배터리 소재와 첨단필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정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법인장과 유럽지역 대표를 지냈다. 배터리 해외 영업·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소재 사업의 판로를 넓히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코팅 양극박을 선보였다. 식품 포장용 알루미늄 가공 기술을 배터리 소재로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용 캔 제조 기술도 확보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신 대표는 듀폰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동원시스템즈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필름의 공동 마케팅을 했다. 화학소재 유통·솔루션 기업 골든케미컬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기존 사업서 축적한 기술로 혁신”
건설과 사료 사업에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서울대 건축공학과 출신인 조성진 동원건설산업 대표는 대우건설에서 36년간 근무한 뒤 2023년 합류했다. 취임 이후 지식산업센터와 주택 분양보다 도심 업무시설, 물류센터, 시니어 레지던스 등의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2022~2023년 영업손실을 낸 동원건설산업은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의 세 배 이상인 276억원이다. 건축정보모델링(BIM)과 드론 측량, 3차원 스캔으로 설계 오류와 시공 위험을 미리 파악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서울대 축산학과 출신인 노경탁 동원팜스 대표는 그룹 식품 계열사의 발효 기술을 사료에 접목했다. 2022년 취임한 뒤 한우용 ‘발효미’와 양돈·낙농용 발효 사료를 선보였다. 동원팜스 매출은 2022~2025년 연평균 약 4% 늘었다.
동원그룹 매출은 2022년 9조263억원에서 지난해 9조5837억원으로 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944억원에서 5156억원으로 4.3% 불어났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식품 포장 기술을 에너지 저장 분야로 확장했듯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신사업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듣겠습니다. 사회부에서 경찰·법조·행정을 취재했고, 현재는 유통산업부에서 소비 변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승부수를 파헤치는 ‘트렌드워치’,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을 소개하는 ‘직업불만족’, 장바구니 물가의 이면을 짚는 연재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