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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생존방식 리셋
AI 확산에 가성비 떨어진 대학 교육
"대학가치 비해 학비 비싸" 63%
줄어든 입학생에 대학 재정난
반값 등록금·AI 튜터로 대응
"지식 전달 아닌 사고방식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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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전달 아닌 사고방식 교육"
앤디 케슬러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는 최근 미국 대학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학비 수만달러를 내야 얻을 수 있던 지식을 이제 인공지능(AI)이 값싸게 제공하면서 대학의 ‘지식 독점’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절벽까지 겹쳐 미국 대학은 생존을 위한 자기 혁신에 나서고 있다.
◇시험대 선 美 대학 교육
AI 확산으로 대학에서 배운 지식의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영향이 컸다. 대학 교육 내용을 AI로 더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중하위권 대학의 신입생 확보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대학 학위만을 목적으로 1년에 수만달러를 쓰지 않겠다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
대학 재정난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대는 올해 입학 목표 미달로 3000만달러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네소타대는 2년간 예산 2억2500만달러를 삭감하기로 하는 등 대학가 전반으로 긴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 절벽이 겹쳤다. 서부지역고등교육위원회(WICHE)에 따르면 미국 고교 졸업자는 2025년 정점을 찍은 뒤 2041년에는 2025년보다 1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입학생 절벽’이 현실화한 대학은 등록금 대폭 할인에 나섰다. 고등교육 경제학자인 샌디 바움 어번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에는 높은 등록금 자체가 명문대를 의미하는 신호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대학들은 문턱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몬태나주 캐럴칼리지는 2027년 가을부터 등록금을 4만4712달러에서 2만6800달러로 약 40% 인하하기로 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대는 연간 등록금을 5만4672달러에서 2만5000달러로, 아이오와주 코칼리지는 5만8780달러에서 3만1850달러로 내린다.
명문대도 예외가 아니다. 코넬대는 최근 보고서에서 등록금 인하와 성적 장학금 확대 등을 검토하는 전담 조직을 구성할 것을 대학 이사회에 제안했다.
가격을 낮춘다고 학생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S&P글로벌레이팅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등록금 변화가 개별 학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체 등록 학생 증가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케슬러 칼럼니스트는 “대학 위기의 원인은 취업에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지 못하는 교육, 학벌·학위 중심주의, 비대한 행정 조직과 높은 간접 비용, 치솟는 학비”라며 “AI 확산은 기존 대학 교육의 효용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체질’ 갖추는 대학들
위기에 빠진 대학들은 새로운 교육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아직 회생할 기회가 있는 명문대일수록 적극적이다. 미국 하버드대는 물리학 개론 수업에 ‘AI 튜터’를 도입했다. 일부 학습을 AI에 맡기는 것으로, 이들 학생은 교수진 수업만 받은 학생보다 두 배 이상 높은 학습 효과를 얻었다.미시간대는 과목 자료를 토대로 학생이 수업 내용에 관해 질문할 수 있도록 하는 AI 챗봇을 수업 전반에 제공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AI 혁신 챌린지’를 통해 교수와 직원, 학생이 AI를 활용한 교육·연구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필요한 고차원 AI 서비스를 지원한다.
평가 방식을 뜯어고치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코넬대 생명의공학 수업에서는 노트북, 챗봇은 물론 펜과 종이까지 사용할 수 없는 ‘구술 변론’ 방식 평가를 도입했다. 학생이 교수와 대화하며 자신이 도출한 해법과 사고 과정을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과제 작성 과정에서 과도한 AI 활용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AI 시대를 맞아 살아남는 대학에선 배우는 내용과 교육 방식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식 전달은 AI에 맡기고 대학은 인간관계, 비판적 사고, 실무 적용, 돌봄 역량을 기르는 장소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