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클로드
“자동차 보험증서를 올린 뒤 보장 범위는 같으면서 더 저렴한 상품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5분 만에 연 3500달러를 아꼈습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템포의 조지프 드보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메타의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를 사용해본 뒤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뮤즈는 보험상품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입과 기존 보험 해지 절차까지 대신 처리했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생성형 AI에서 ‘AI 에이전트’로 옮겨가고 있다. 2022년 ‘챗GPT 모먼트’가 등장한지 4년 만이다. 사용자가 목표만 말하면 스스로 계획을 짜고 웹사이트와 앱을 오가며 검색, 예약, 구매, 문서 작성 등을 수행하는 AI가 소비자와 기업 시장에 동시에 침투하고 있다.

◇챗GPT보다 빠르게 크는 뮤즈

AI 에이전트 대중화에 본격 불을 붙인 건 지난달 8일 등장한 메타의 뮤즈다. 시장조사업체 앱토피아에 따르면 출시 후 12일간 미국·캐나다 아이폰에서 뮤즈 다운로드 건수는 180만 건으로 챗GPT 모바일 앱 출시 당시 같은 기간 130만 건을 넘어섰다. 안드로이드까지 합친 설치 건수는 280만 건이다.

돌풍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이 지난 6일 집계한 뮤즈 누적 다운로드는 660만 건, 하루활성이용자(DAU)는 180만 명에 달했다. 씨티는 뮤즈가 장기적으로 인터넷의 새로운 ‘현관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기 비결은 실행력이다. 기존 챗봇에 “내일 저녁 식당을 찾아줘”라고 하면 후보를 추천하지만 뮤즈는 빈자리를 확인해 예약까지 한다. 이메일과 캘린더를 확인해 구독 해지와 일정 변경이 필요할 때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오픈AI도 지난달 29일 24시간 작동하는 AI 에이전트 ‘닷츠’(Dots)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닷츠는 별도의 클라우드 컴퓨터와 브라우저를 갖추고 4000개 이상의 앱과 연결된다. 코드 수정과 테스트, 보고서 업데이트부터 항공편 일정 변경까지 수행한다. 오픈AI는 앞으로 한 이용자가 여러 닷츠를 동시에 부리는 형태로 확장할 계획이다.

◇아마존 차단에 메타·월마트 ‘연합’

AI가 실제 구매까지 대신하면서 기존 플랫폼과 충돌도 발생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뮤즈의 자사 쇼핑몰 접근을 차단했다. 메타가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AI가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고객 계정에 접근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이를 단순 보안 문제가 아니라 ‘누가 소비자 접점을 장악하느냐’를 둘러싼 플랫폼 전쟁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아마존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 AI가 인터넷 전체에서 상품을 비교해 구매하면 쇼핑의 출발점이 아마존에서 AI 에이전트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검색 결과와 추천 상품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던 플랫폼의 광고·판매 수수료 구조까지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메타는 반격에 나섰다. 기업용 AI 업체 시에라와 함께 ‘개인 에이전트 프로토콜’(PAP)을 개발하고 월마트·쇼피파이·스트라이프 등을 끌어들였다. 이용자가 권한을 준 AI인지 기업이 확인하고,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정하는 공통 규칙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 시장이 커지면서 산업 지형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독립형 AI 에이전트·어시스턴트 시장이 2030년 22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이 프로그램을 직접 쓰는 시간이 줄어들면 사용자 수에 따라 돈을 받는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수익모델도 흔들릴 수 있다. 기업이 돈을 지급하는 기준도 프로그램에 접속한 직원 수에서 AI가 처리한 업무량과 성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다.

데이터센터에도 새로운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전트는 질문에 한 번 답하는 챗봇과 달리 계획·검색·실행·검증을 반복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이를 순차적으로 조율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수요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하고 결과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버의 연산 부담이 늘어나서다.

안정훈/유지희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