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지난달 8일 메타가 개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Muse)’를 내놨다. 메일을 보내고, 예약을 잡고, 결제까지 처리하는 이 비서는 사용자가 앱을 닫아도 일을 멈추지 않고, 중요한 순간에만 승인을 구한다. 출시 보름 만인 지난달 23일 커넥트 2026에서 메타는 AI 안경 탑재, 전용 이메일 주소, 월마트·세포라 등 쇼핑 연동까지 잇달아 발표했다.

그다음 주 세계 최대 온라인여행사 익스피디아의 최고경영자가 소셜미디어에 한 장짜리 공지를 올렸다. 뮤즈와의 호텔 예약 연동에 공식 합류한다는 내용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익스피디아의 미국 매출 의존도가 3분의 2에 달해 북미부터 출시되는 뮤즈에 특히 취약하다고 진단했고, 익스피디아의 투자 의견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한 산업의 판이 뒤집히는 데 걸린 시간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변화는 더 이상 ‘관리대상’이 아니다

[비즈니스 인사이트] 메타의 '뮤즈'와 '다스릴 수 없는 변화'를 대하는 경영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올해 세 번째 호에서 던진 진단 하나가 이 장면과 정확히 겹친다. 이제 기업이 마주한 변화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경영학은 변화를 시작과 끝이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다뤄왔다. 새 전략을 발표하고, 조직을 개편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안정기로 돌아온다는 전제였다. HBR은 이 전제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의 변화는 켜켜이 쌓이고, 서로 얽혀 있고, 끊임없이 이어지며, 대부분 기업 바깥에서 밀려온다. 관세, 환율, 지정학적 충돌, 규제 변화에 더해 이젠 빅테크가 내놓는 에이전트 하나가 업계 전체의 생존 공식을 다시 쓰게 만드는 시대다. HBR은 이런 조건을 다스릴 수 없는 변화(ungovernable change)라고 부른다.

금리 결정 하나, 빅테크의 서비스 발표 하나에 주가와 업계 지형이 하루 만에 요동치는 시장에서, 변화를 ‘예외적 사건’으로 다루는 낡은 위기관리 매뉴얼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 HBR이 제시하는 대응법은 네 가지다.

먼저 변화를 일상화하라. 변화를 특별한 행사처럼 취급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매번 새로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대신, 감정을 조절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며 일정을 유연하게 재배치하는 능력을 근육 기억처럼 체화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변화 대응이 특별 이벤트가 아니라 반사 신경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익스피디아가 몇 주 만에 입장을 바꿀 수 있었던 것도, 이미 시나리오를 준비해두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다.

둘째, ‘확실성 버블’을 만들어라. 전 세계 불확실성은 어느 기업도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안에 예측할 수 있는 작은 구역을 마련해낼 수는 있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은행 카스피는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자 72시간 내내 모든 지점의 문을 열어두는 방법을 택했다.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충분하다는 걸 눈으로 보여줌으로써 공포를 신뢰로 바꾼 것이다. 정보가 통제 불가능할 때는 오히려 눈에 보이는 확실성을 마련해 제공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교훈이다.

정보는 걸러내고, 결정은 작게 쪼개라

셋째, ‘정책 관련 첩보를 다루듯 진위를 가려내는 체계(정책 인텔리전스)’를 구축하라. 소셜미디어를 타고 도는 소문과 확인된 사실을 걸러내는 전담 데스크를 두라는 제안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 하나에 조직 전체가 일희일비하며 방향을 이랬다저랬다 뒤집는 상황. HBR은 이를 채찍을 휘두를 때처럼 손잡이의 작은 움직임이 채찍 끝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현상에 빗댔다. 빅테크의 새 서비스 소식 하나에도 업계 전체가 과잉 반응하기 쉬운 요즘, 이런 필터링 기능 하나가 조직의 판단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지켜준다.

마지막으로 전부 아니면 제로 식의 베팅 대신 ‘리얼 옵션’을 활용하라. 하나의 큰 결정에 회사의 명운을 거는 대신, 작고 경쟁적인 파일럿 여러 개를 동시에 돌려보고 어느 쪽이 통하는지 확인한 뒤 그쪽에 자원을 몰아주라는 것이다. 신사업이든 조직 개편이든, 되돌릴 수 없는 큰 결정보다 작게 실험하고 빠르게 배우는 쪽이 지금 같은 환경에서는 더 안전하다. 실패한 파일럿은 매몰 비용이 아니라 다음 결정을 더 정확하게 만들어주는 정보라고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상의 네 가지 메시지는 하나로 귀결된다. 메타의 뮤즈가 한 달도 안 돼 온라인여행업계의 판을 흔든 것처럼 다음번 ‘다스릴 수 없는 변화’는 또 다른 업계의 문을 예고 없이 두드릴 것이다. 위기 대응 매뉴얼을 새로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건, 위기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반사 신경과 작은 확실성의 구역을 미리 만들어 두는 일일지 모른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애쓰기보다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경영이야말로 다스릴 수 없는 변화 앞에서 가장 다스릴 만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