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가을이다. 갑작스럽게 계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올 한 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뻔한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청명해진 하늘과 선선해진 날씨 얘기를 꺼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가을은 온갖 분야의 ‘20xx 트렌드’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다. 나는 온라인 대형서점 추천 팝업이나 신간 소개에 이런저런 트렌드 책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을이 왔다는 걸 체감한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경영진과 기업 임직원이 이때만 되면 이런 서적을 직접 읽거나, 저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거나, 요약본을 받아보면서 ‘트렌드를 공부’한다.

매년 바뀌는 건 트렌드 아닌 패드(fad)

[비즈니스 인사이트] 트렌드를 쉽게 읽는 방법
하지만 필자가 늘 품어온 의문은 ‘트렌드가 어떻게 매년 바뀌는가?’라는 것이다. ‘트렌드’는 학자에 따라 분야에 따라 정의가 다소 다르기는 하나 ‘사람과 사회의 생각, 감정, 행동 양식에서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전반적인 변화의 흐름이자 추세’로 보면 큰 무리가 없다. 트렌드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방향성이다. 사회와 소비자가 움직여가는 일정한 패턴이나 방향이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지속성이다. 일정 기간 유지되며 사람들의 공감이나 동조를 얻는데, 일반적인 트렌드는 보통 3~5년 지속된다고 한다. 마지막 특징은 ‘시대상의 반영’이다.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시대정신이 투영된다.

일반적인 트렌드 외에도 특정 소집단에 3년 이내로 나타나는 마이크로트렌드, 10년 이상 지속되는 메가트렌드 등이 있다. 1년 미만으로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시적 유행은 ‘패드(fad)’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식사량을 줄이고 특히 밥의 양을 줄이고(최근 식당의 밥공기도 작아지고 담는 양도 적어지고 있음을 생각해보라), 대신 커피와 디저트를 즐긴다는 건 3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한국 사회 식문화 트렌드다. 패드는 그 디저트나 음료가 무엇이냐의 문제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줄서서 사먹던 ‘두쫀쿠’는 그러한 디저트 트렌드 속에서 나타난 패드였다고 이해하면 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다.

이렇게 개념을 정리하고 나면, 매해 가을마다 각 분야와 영역별로 쏟아지는 ‘트렌드 서적’의 트렌드는 사실 대부분 패드를 다루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런 책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의 업무, 관심 분야에서 최소 지난 6~7개월간 무엇이 유행했고, 향후 4~5개월간 무엇이 중요할지, 무엇이 이른바 ‘대세’였고, 당분간 무엇이 ‘핫’할지 정리해본다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잠깐 읽는 것이 아니라 365일 만드는 것

그러한 1년간의 유행을 다루는 책들을 읽고 관련 서적과 보고서를 탐독하면서 스스로 그 내용을 정리하고, 자신의 업무 및 사업 영역과 관련된 ‘진짜 트렌드’를 본인이 자신의 관점에서 규정하고 검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그 검증의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이렇게 매년 자신의 분야와 연관된 ‘트렌드 서적’을 탐독하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다면 이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된다.

문제는 그 책 한 권만 읽거나, 그마저도 읽지 않고 요약본으로 ‘팬시’한 단어, ‘있어 보이는 키워드’ 몇 개 외워 놓거나, 그럴싸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재미 위주로 진행되는 1시간짜리 강연이나 유튜브를 듣고 ‘내가 내 분야의 트렌드를 공부했고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일이다. 이렇게 어설프게 트렌드를 공부해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진 경영진은 특히 위험하다. 자신이 트렌드를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쉽게 읽는 방법은 없다.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면, 각 분야의 트렌드 연구자는 왜 따로 존재하겠는가. 또 그들의 예측과 분석도 항상 맞는 게 아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시장의 트렌드, 소비자와 사회의 변화, 정치경제 메가트렌드 그 무엇이든 자신이 가장 집중해야 할 트렌드 분석과 전망은 가을에 반짝 책 몇 권 읽거나 강연을 한두 개 듣는 게 아니라 365일 내내 고민하고 찾아보고 읽고 듣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비즈니스에서의 ‘전문성’이란 결국 내가 내 분야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전망할 수 있느냐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