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 사진=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 가격이 86주째 상승하다니요. 아이 한 명이 태어나 걸음마를 떼고 뛰어다닐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랐네요."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86주 연속 상승하며 문재인 정부 당시 상승기(2020년 6월 둘째 주~2022년 1월 셋째 주)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서울 집값이 최장기간 상승을 이어가자 온라인에서는 "오늘이 내 생애 서울 집값이 제일 싼 날"이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1일 발표한 9월 넷째 주(28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86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오르며 상승 폭이 둔화했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인가'에 맞춰져 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최장 상승기와 현재 상황을 다각도로 비교해 보면 향후 시장 향방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문 정부 당시보다 가파른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세입니다. 이번 상승기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17.51%입니다. 문 정부 당시 7.71%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상승률입니다.

전셋값 누적 상승 폭은 11.98%로, 매매가 누적 상승률보다는 낮지만 직전 상승기의 누적 상승률인 9.00%보다는 높습니다. 문 정부 당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는데, 이번에는 토지거래허가제 구역 확대 등 실거주 강화 정책으로 전·월세 물량이 부족해지자 전셋값이 더욱 크게 뛰었습니다.

금리 수준도 당시와는 다릅니다. 문 정부 시절 초저금리 상황이 유지되던 것과 달리 지금은 금리 수준이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문 정부 당시 기준금리는 연 0.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연 3%까지 상승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연내 추가 인상도 예상됩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최근 4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지난 8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는 연 4.66% 수준으로, 2022년 11월(4.74%)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서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강남구 등 최상급지는 오히려 하락 반전했다는 점도 과거와는 다른 독특한 특징입니다. 강남구는 올해 누적 상승률 -0.26%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올해 전체 누적 상승률은 강남권이 빠졌는데도 8.19%를 기록했습니다. 성북구(14.87%)와 서대문구(12.40%), 노원구(11.51%), 동대문구(11.42%), 관악구(11.36%)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강남 등 서울 핵심지를 비롯해 인천 등 수도권 외곽까지 구석구석 오른 것과는 양상이 다릅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향후 집값의 향방을 두고는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과 억제하는 요인이 팽팽히 맞섭니다. 지속되는 전·월세 물건 부족과 아직 오르지 않은 인천 등 수도권 외곽 지역으로의 '키 맞추기' 여력이 추가 상승을 부추기는 동력으로 꼽히지만, 이미 서울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급등한 데다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점은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억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상승장의 본질이 과거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다르다고 진단했습니다. 과거가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전국적으로 번진 '투자·투기 수요' 장세였다면, 지금은 극심한 전·월세 불안에 등 떠밀려 집을 사는 이른바 '생존 매수'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앞으로의 장세 흐름에 대해서는 덜 오른 지역으로의 '풍선 효과'를 예상하는 시각과 금리 부담으로 인한 '조정 국면 진입'을 전망하는 시각이 엇갈렸습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핵심지 선호도가 높다고 해도, 현재는 대출 규제와 자산 규모의 한계 때문에 고가 아파트를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며 "이 때문에 강남권 등 이미 고점이 된 지역은 거래량이 줄고 하락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아직 10억원 언저리에서 매수가 가능한 서울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으며, 내년에는 공급이 풍부해 가격이 오르지 않은 인천의 신도시나 경기 남부권 등 서울과 교통 접근성이 좋지만 '덜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높은 집값에 연 3%대 금리와 이자 부담이 더해지면서 서울 외곽 등 금리에 민감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꺾이거나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전·월세 불안이 상존해 있어 과거처럼 대폭락하기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하거나 일부 하락 전환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