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축 아파트가 신축보다 가격상승률 높은 이유…이제 나이보다 '가능성'을 본다 [공간 이야기]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조금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오랫동안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오래된 아파트의 상승률이 신축을 앞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8월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서울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는 전월보다 1.21% 올랐다.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상승률은 0.88%였다. 노원·도봉·강북·성북이 포함된 동북권에서 20년 초과 아파트의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신축 선호가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넓은 주차장과 최신 평면, 커뮤니티 시설, 관리 편의성을 생각하면 상품 경쟁력은 여전히 신축이 앞선다. 공급이 제한적인 만큼 희소성도 높다.

그런데도 일부 구축의 가격이 더 빠르게 움직인다면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낡은 주거환경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시장이 현재의 집과 함께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축 가격에는 ‘현재 가치’와 ‘변화 가능성’이 함께 들어간다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주거상품으로만 보면 약점이 많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평면은 오래됐으며 단지 내 시설도 신축과 비교하기 어렵다.

단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가능성이 있는 단지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의 상품성은 낮더라도 앞으로 전혀 다른 주택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기대가 높아지면 시장의 계산법도 달라진다. 기존 용적률이 어느 정도인지,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용적률은 얼마나 되는지, 일반분양 물량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 예상 공사비를 감당하고도 사업성이 충분한지를 따지기 시작한다.

이때 구축 가격에는 두 가지 가치가 동시에 들어간다. 지금 거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서의 가치와 미래 신축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한 가치다.

노후 아파트의 가격이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낡은 건물을 사지만, 가격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 아파트의 가능성까지 일부 반영한다.

신축이 멀어질수록 구축은 다시 가까워진다

다만 정비사업 기대만으로 최근 구축 강세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신축과 핵심지역의 가격이 먼저 크게 오른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주택 수요에는 언제나 예산의 한계가 있다. 신축을 선호하더라도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면 다른 선택지를 찾게 된다. 같은 생활권 안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구축이 다시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집값의 절대적인 수준보다 두 상품 사이의 가격 차이다. 신축이 15억원이고 구축이 10억원이라면 수요자는 5억원을 더 내고 신축을 살지, 가격이 낮은 구축을 선택하고 향후 정비사업을 기다릴지 비교한다.

가격 차이가 커질수록 구축의 단점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질 수 있다. 정비사업 가능성까지 있다면 가격 차이는 단순한 상품성 차이가 아니라 미래가치를 감안한 선택의 문제가 된다.

실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15억원 이하 주택 비중은 79.9%까지 높아졌다. 서울시는 중저가 실수요 거래가 다시 늘면서 동북권 등 외곽지역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구축 강세에는 정비사업 기대와 수요 이동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오른 신축과 핵심지역 가격이 일부 수요를 다음 가격대로 밀어내고, 그 가운데 미래가치가 있는 노후 단지가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는 구조다.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프리미엄이 붙지는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오래된 아파트라고 모두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은 준공연도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입지와 대지지분, 기존 용적률, 조합원 수, 일반분양 가능 물량, 공사비와 추가 분담금이 사업성을 결정한다.

같은 30년 된 아파트라도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한 단지는 일반분양 수입으로 사업비를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지만, 다른 단지는 공사비와 분담금 부담 때문에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비사업 단계 역시 중요하다. 막연한 재건축 기대와 실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의 가치는 같을 수 없다. 계획이 구체화될수록 불확실성은 줄어들지만 사업비와 분담금도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최근 서울 시장도 지역별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 전체로는 상승 흐름이 이어졌지만 상승폭은 둔화됐고, 지역별로는 강세와 숨 고르기가 동시에 나타났다.

구축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시장으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시장이 평가하는 것은 아파트의 나이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입지와 사업성, 실제 변화 가능성이다.

앞으로는 ‘구축’ 안에서도 가격이 갈릴 수 있다

최근 서울 구축의 강세를 신축 선호가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신축과 핵심지 가격이 먼저 높아지면서 수요가 다음 선택지를 찾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정비사업 가능성이 있는 노후 단지가 다시 평가받고 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중요한 변화는 신축과 구축의 경쟁보다 구축 내부의 차별화다. 같은 30년 된 아파트라도 한쪽은 정비사업이 구체화되면서 미래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다른 한쪽은 높은 용적률과 공사비, 추가 분담금 때문에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필자는 최근의 흐름을 단순한 재건축 기대의 부활로 보지 않는다. 주택시장이 아파트의 연식보다 그 연식 뒤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더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한 과정이라고 본다.

주택은 현재의 공간인 동시에 미래의 공간이다. 시장은 때로 완성된 새 아파트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 아파트의 가능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문제는 그 가능성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구별하는 일이다.

이제 노후 아파트를 볼 때 “몇 년 됐는가”만 묻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시간이 더 흐르면 이 아파트는 단지 더 오래된 집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집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서울 구축시장의 가격을 가르는 것은 연식 자체가 아니라, 그 질문에 얼마나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을 수 있느냐일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명재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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