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개발(R&D) 지원금을 받은 뒤 후속 절차를 지키지 않은 업체들이 최근 5년간 약 1200억원의 돈을 또 타간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선 후속 절차로 성과 보고 의무를 부여하는데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100곳 넘는 업체가 사업자로 재선정됐다.

[단독] R&D 지원금 '먹튀'해도 1200억 또 퍼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중기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작년까지 성과활용보고서 제출 의무를 어긴 업체 중 R&D 지원금을 다시 받아 간 곳은 159개로 집계됐다. 재지원금은 총 1174억원이었다. 25개 업체는 보고서 제출 없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개발기술 사업화 자금 대출을 44억원 받았다.

중기부 R&D 지원 정책은 올해만 2조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대형 사업이다. 인공지능(AI) 전환, 탄소 규제 대응, 지역 생태계 진흥 등 세부 과제를 두고 정부가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R&D를 돕는다. 이후 기업은 다른 R&D 과제에 도전할 수도 있고,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중진공에 사업화 대출 지원을 받기도 한다. 다만 세금이 투입된 만큼 의무도 부여된다. R&D 지원을 받았다면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및 시행령에 따라 과제 종료 후 5년간 성과활용보고서를 매년 제출해야 한다.

사업 실무를 담당하는 TIPA 측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과 시행령에는 중도 포기 등 제재 처분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성과활용보고서 미제출은 관련 규정이 없다”며 “이를 사유로 신규 사업 참여를 제한하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업 선정을 담당하는 평가위원에겐 미제출 현황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오 의원은 “선정 과정에서 보고서 미제출 기업을 걸러낼 수 있도록 정부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