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장판 > 국민의힘 의원들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행에 따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서 위원장 등 여당 의원들은 반대했다. 왼쪽부터 서 위원장, 곽규택·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이솔 기자
< 난장판 > 국민의힘 의원들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행에 따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서 위원장 등 여당 의원들은 반대했다. 왼쪽부터 서 위원장, 곽규택·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이솔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와 대통령이 대법원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조 대법원장이 삼권분립을 근거로 이례적인 공개 반박에 나서면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모욕적” 분노한 曺

이날 조 대법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에 출석해 “국회와 대통령이 대법원의 (대법관)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하여 위헌”이라며 “그동안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인선) 협의해 온 것은 헌법에 근거가 없지만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진 협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청와대와 합의가 안 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해 여권의 비판을 받았다. 최근엔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도 거부해 범여권 주도로 국감 일반증인이 됐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증인이 아니라 관례적 인사말을 하러 왔다며 선서와 질답을 거부했다. 범여권에서 “법복 입고 정치를 한다” “사법부는 치외법권 지역인가” 등의 공세를 이어가자 “그런 말씀은 모욕적”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 104조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만 돼 있고 각기 3부(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고유의 전속 권한을 가진다”며 “이를 침해하는 절차와 방식 강요는 모두 위헌”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이 각자 권한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자신을 향한 범여권의 각종 공세에도 적극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업무추진비로 회식과 술 구매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카드를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엔 “계엄사의 파견 명단 요청은 위헌이니 절대 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처음으로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與野, 고성·막말 반복

조 대법원장의 발언에 법사위 여야 위원의 갈등 수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제2의 윤석열을 꿈꾸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서로 “인간이 돼라”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원이 항의하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부엉이바위(노무현 전 대통령 타계 장소)로 긁혔나”라고 소리치자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김 의원의 발언권을 정지시키기도 했다. 오후에 조 대법원장이 감기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도 “발언권 빼라” “시끄럽다” 등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조 대법원장의 공개 반박에 따라 대법관 공백 사태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민주당에선 국감 이후의 당·청 지지율 변화에 따라 조 대법원장을 향한 구체적인 압박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지지율 하락 국면을 파고든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사퇴 유도, 탄핵 추진 등 다양한 카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