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고신용자도 지방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는 한경 보도(10월 8일자)다. 지난 8월 말 기준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과 대구·경북이 거점인 iM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80조59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4% 늘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증가율이 각각 18%, 14.9%에 달했다. 8월 부산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65점으로, 940~950점대인 5대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상환 능력이 있어도 거래하던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다른 은행을 찾는 것이다.

대출 수요가 지방은행으로 옮겨가는 배경에는 금융회사별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은 총량 규제가 있다. 정부는 ‘8·13 대책’으로 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숨통은 충분히 트이지 않았다.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정책대출 제외)는 7조1300억원이다. 지난달까지 약 6조7300억원이 소진됐다. 연말까지 남은 한도가 약 4000억원에 그치니 대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막힌 자금 수요는 회사 사내대출로도 향하고 있다. SGI서울보증의 올해 1~8월 사내대출 보증 공급액(공기업 제외)은 1조184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8.8% 늘었다. 주택 구입 목적의 보증부 대출액은 32.8% 증가했다. 사내대출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대출 총량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장인 사이에 ‘대출 디바이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사내대출 제도를 잘 갖춘 기업의 직원은 저금리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 직원은 다른 조달처를 찾아야 해서다. 소득과 상환 능력이 비슷해도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에 따라 자금 마련 창구가 달라지는 셈이다.

가계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과도한 차입과 투기성 대출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별 대출 한도를 총량으로 묶는 방식은 ‘풍선효과’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에게는 대출 길을 열어주는 게 옳다. 고강도 규제가 금융 접근성 격차만 키운다는 지적을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