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쿠자 판초 피카츄 카드. 사진=번개장터 제공
레쿠자 판초 피카츄 카드. 사진=번개장터 제공
3500원을 내고 봉지를 뜯는다. 어떤 카드가 나올지는 열어봐야 안다. 원하는 포켓몬이 나올까, 희귀 카드가 들어 있을까. 편의점에서 복권을 사듯 포켓몬 카드 한 팩에 기대를 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무작위로 카드를 넣은 확장팩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편의점 업계도 수집 열풍을 매출로 연결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븐일레븐, 닷새 만에 초도 물량 80% 소진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는 지난 6일부터 점포당 수량을 제한해 포켓몬 30주년 기념 메가 확장팩 발주를 받기 시작했다. 다음주부터 순차적으로 상품을 입고할 예정이다. CU도 전날부터 점포 예약 발주를 진행한다. 입고는 오는 24일부터 시작된다.

먼저 판매에 나선 세븐일레븐에서는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1~5일 1차 공급 물량의 80%가 팔렸다. 자체 앱에서도 포켓몬이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조기 완판이 예상돼 2차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확장팩은 카드 6장이 들어 있는 한 팩에 3500원이다. 20팩으로 구성한 한 박스 가격은 7만원이다. 피카츄 등 포켓몬 캐릭터 카드가 무작위로 들어 있어 구매 단계에서는 어떤 카드를 얻게 될지 알 수 없다. 원하는 카드를 직접 뽑으려는 기대가 구매를 자극하는 구조다.

7만원짜리 박스, 중고시장선 12만원대 매물


품귀는 중고시장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정가 7만원인 박스를 12만원 안팎에 판매하겠다는 매물이 올라와 있다. 정가보다 약 71% 높은 가격이다. 두 박스에 3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매물도 있다. 다만 이는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으로, 실제 거래가 이 가격에 이뤄졌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수집 열기는 뜨겁다. 지난달 당근의 포켓몬 관련 신규 게시글은 전년 동기 대비 479% 늘었다. 거래량은 411%, 검색량은 263% 증가했다. 이 수치는 해당 확장팩뿐 아니라 포켓몬 관련 상품 전반을 집계한 것이다.

어린 시절 포켓몬을 즐겼던 세대가 구매력을 갖춘 성인이 되면서 수집 시장의 고객층도 넓어지고 있다. 아이에게 사주는 캐릭터 상품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모으는 취미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무작위 구성은 봉지를 뜯는 순간의 재미를 더하고, 물량 부족은 상품을 확보하려는 경쟁을 부추긴다.

편의점이 기대하는 것은 카드 매출과 함께 늘어나는 방문객이다. CU에서는 지난 5월 어린이날을 겨냥해 선보인 포켓몬 카드 세트가 사흘 만에 25만 개 팔렸다. 카드 판매가 짧은 기간에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GS25와 CU까지 판매에 가세하면서 관심은 입고 시점에 맞춰 매장을 찾는 ‘오픈런’이 나타날지도 관심이 쏠린다. 점포별 공급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집 수요가 몰리면 카드 재고를 찾아 여러 편의점을 도는 소비자도 늘어날 수 있다. 봉지를 뜯어야 결과를 아는 3500원짜리 카드가 편의점 방문의 새로운 이유가 되고 있어서다.
"7만원에 샀는데 12만원"…대란 난 '편의점 로또' 뭐길래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