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업무용 건물 전경. 사진=AFP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업무용 건물 전경. 사진=AFP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자들이 이미 합의한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리 급등으로 대출 이자가 예상보다 불어나면서 거래를 마무리하기 직전 다시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초 낮은 금리를 전제로 매입가격에 합의했던 투자자들이 잇따라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늦여름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시작된 재협상은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추가 인상을 시사한 뒤 더욱 늘었다. 제프 파워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는 금리 인상 며칠 뒤부터 재협상 요청이 늘었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계약부터 매매 완료까지 통상 6~12개월이 걸리는데, 그사이 금리가 뛰면 매수자의 자금 조달 계획과 예상 수익이 달라진다. 이스텀캐피털은 중서부의 약 2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2000만달러에 사기로 했지만, 계약금을 내기 전 대출금리가 0.6%포인트 넘게 올랐다. 회사는 거래를 포기할 수 있다며 매도자를 압박해 가격을 60만달러 낮췄다.

소매시설 거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메달리스트다이버시파이드는 지난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부동산을 1020만달러에 팔기로 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자 매수자가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결국 10만달러를 깎아준 뒤에야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일부 도시의 오피스와 쇼핑몰, 호텔은 신규 공급 감소와 사무실 복귀 증가에 힘입어 가치가 회복되고 있었다. 올해 초에는 금리 인하 기대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분위기가 뒤집혔다. 8월 말부터 지난 금요일까지 FTSE 나리트 전체 주식형 리츠 지수는 8%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 올랐다.

상업용 부동산은 매입대금 상당 부분을 대출로 마련해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미국의 상업용·다세대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5조달러를 넘겨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잔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과거 저금리로 받은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 소유주는 더 비싼 금리로 갈아타거나 원금을 갚아야 한다.

대출 부실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트렙에 따르면 8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묶어 발행한 증권(CMBS)에서 특별관리 대상 대출의 비율은 11.42%로,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하거나 만기에 새 대출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 특별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금리 충격은 개발업계와 지방정부에도 번지고 있다.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고 거래가 줄면 재산세와 거래세 수입도 감소한다. 개발업자가 목표 수익을 맞추기 어려워 신규 사업을 줄이면 건설 일자리와 자재 수요도 위축될 수 있다. 대형 개발사 하인스의 알폰소 멍크 투자관리 공동대표는 투자 기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량 사업에 빌려줄 돈은 여전히 풍부하다. 노스윈드그룹은 최근 브루클린의 오피스 건물 상당 부분을 아파트로 바꾸는 사업에 2억800만달러를 대출했다. 회사 측은 은행과 민간 대출업체들이 해당 대출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고 전했다.

반면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소매시설 건설사업에서는 대출에 참여하기로 했던 은행이 시장 상황을 이유로 빠져 대체 기관을 찾아야 했다. 마커스앤드밀리챕의 바비 워헤인 매니징디렉터는 “요즘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드는 노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다”며 “시장의 갈등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