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실패로 살아남은 크리스타 파이크가 2007년 재판에 출두한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사형 집행 실패로 살아남은 크리스타 파이크가 2007년 재판에 출두한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테네시주에서 사형수가 사형집행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숨지지 않는 사형집행 실패가 발생했다. 미국 제약사들이 사형용 약물 공급을 중단한 뒤 주정부가 조제약국과 추적이 어려운 공급망에 의존하면서 독극물 주사의 신뢰성과 안전성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네시주는 1996년 콜린 슬레머 살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크리스타 파이크에게 진정제인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했지만 사망하지 않자 집행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이송했다. 펜토바르비탈은 미국에서 최소 17개 주가 사형집행에 사용하는 약물이다.

테네시 교정당국은 정해진 절차를 따랐고 해당 약물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보여왔다고 밝혔지만 약물 조달처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독극물 주사는 전기의자나 교수형보다 빠르고 고통이 적은 사형 방식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1970년대 후반 도입됐다. 오클라호마주가 1977년 처음 채택한 뒤 다른 주로 빠르게 확산했고, 현재 미국 27개 주에서 사형제가 합법이며 독극물 주사가 가장 일반적인 집행 방식이다.

문제는 제약사들이 더 이상 사형집행용 약물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형제 폐지 운동가들은 오랫동안 제약사에 압력을 가해 자사 의약품이 사형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게 했다. 그럼에도 약물이 사형집행에 쓰이자 제약사가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사례도 발생했다. 알보젠은 2018년 자사 진정제 미다졸람을 사형에 쓰려던 네바다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네바다는 남은 약물을 반환했다. 같은 해 프레제니우스 카비도 염화칼륨을 포함한 자사 의약품을 확보한 네브래스카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결국 사형집행을 허용했다.

주정부들은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않은 맞춤형 의약품을 만드는 조제약국으로 눈을 돌렸다. 조제약은 승인 의약품과 같은 수준의 안전성·효과·품질 심사를 받지 않는다. 미 법무부가 2025년 사형집행 절차를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주정부들은 미국 내외 공급업체에서 펜토바르비탈 분말을 대량 구매한 뒤 조제약국에서 주사액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테네시주는 2년 동안 사형집행용 펜토바르비탈 구매에 100만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법원 문서에서 나타났지만 공급업체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독극물 주사를 33년간 연구한 데버라 데노 포덤대 법학 교수는 주정부가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현금으로 약물을 구입하기도 하며 교정당국이 조제업체나 다른 주정부로부터 약물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형집행 약물인 펜토바르비탈의 고통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테네시 수감자 9명은 현행 독극물 주사 절차가 “고문에 가까운 죽음의 높은 위험”을 초래한다며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미 법무부 검토에서도 해당 약물이 폐에 액체가 빠르게 차오르는 증상과 연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경우 질식하거나 물에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고통을 인지하는지를 두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테네시는 이번 집행 실패 원인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지사는 올해 남은 기간 사형집행을 중단하고 독립적인 검토를 지시했다. 다른 주들은 독극물 주사를 대체할 방식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아이다호·미시시피·오클라호마·사우스캐롤라이나·유타는 일정한 조건에서 총살형을 허용하고 있으며, 앨라배마·아칸소·미시시피·오클라호마·루이지애나는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집행을 허용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