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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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고율 관세를 앞세워 제조업의 자국 복귀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에서 주사위를 만들지 못해 모노폴리 업체가 중국산을 써야만 했다. 제조업을 되돌리겠다는 구호와 약해진 생산 기반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 사례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고급 보드게임 업체 WS게임컴퍼니는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기념해 ‘모노폴리 아메리카나 에디션’을 미국에서 생산했다. ‘100% 미국산’을 목표로 삼았지만, 주사위 5000쌍을 만들 수 있는 미국 업체가 없어 결국 중국산을 사용했다. 미국산 기념제품조차 중국 공급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WS게임은 25년간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14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미국 등 대체 생산지를 검토했다. 운송비를 감안하면 미국 생산비가 중국보다 약 20% 높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비용은 약 두 배에 달했다.

제품을 만드는 방식부터 달랐다. 중국에서는 원하는 제품을 제시하면 공장이 제작 방법을 찾았다. 미국에서는 공장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그에 맞춰 제품을 다시 설계해야 했다. 여러 공정을 한꺼번에 처리할 업체도 구하기 어려워 카르타문디의 매사추세츠 공장을 중심으로 여러 납품업체를 연결했다.

부품 가격도 걸림돌이었다. 중국에서 개당 수십센트인 카드 상자는 미국에서는 약 5달러가 들어 포기했다. 고급 나무 상자는 상자만 최소 65달러가 필요해 제작 계획에서 제외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부품 공급망을 미국에서 새로 마련하는 비용은 예상보다 컸다.

원가를 줄이려 제품 사양도 낮췄다. 천 표지와 곡선형 책등을 종이 표지와 평평한 책등으로 바꾸고, 나무로 만든 집과 호텔은 플라스틱으로 대체했다. 자석식 잠금장치도 뺐다. 중국에서는 사람이 직접 자석을 넣지만, 미국에서 같은 작업을 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난관은 게임 부품을 담는 플라스틱 트레이였다. 미국의 금형 제작비는 중국의 거의 10배였다. 외주업체 파이오니어패키징은 식품·의료용 일회용 용기를 주로 만들어 오래 사용하는 게임용 트레이를 제작한 경험이 없었다.

시험 생산에서는 두께와 깊이가 규격에 맞지 않았고, 본생산에서도 트레이가 금형에서 빠지지 않거나 갈라졌다. 운송과 사용 시험 중 깨지는 사례도 나왔다. 업체는 금형을 추가로 구입하고 온도와 경화 시간을 조정했다. 퇴직 직원까지 다시 불러들였고 출고 전 모든 트레이를 손으로 검사하면서 인건비도 늘었다.

출시는 당초 목표인 2월을 넘겨 6월로 늦어졌다. 첫 물량 2500개는 모두 팔렸지만, 나머지는 8월에야 완성돼 독립기념일 판매 기회를 놓쳤다. 신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걸린 시간은 중국의 9개월보다 긴 14개월이었다. 총생산량도 목표 5000개에 못 미치는 4800개에 그쳤다.

사양을 낮추고도 판매가는 높아졌다. 중국산 빈티지 북셸프 제품은 45달러지만 미국산 아메리카나 에디션은 80달러로 책정됐다. 조너선 실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생산이 “엄청난 골칫거리”였다며 “간접비와 개발에 들인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관세를 높인다고 부족한 부품업체와 공정 경험이 곧바로 채워지지는 않았다. WS게임은 미국에서 더 이상 만들지 않거나 제작 경험이 부족한 제품의 공급망을 1년 안에 구축하는 일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