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도쿄 주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 해병대원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오키나와 여성 살해 사건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AFP
6일 도쿄 주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 해병대원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오키나와 여성 살해 사건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AFP
오키나와 주둔 미군이 현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오키나와 미군 지휘부는 모든 장병에게 48시간 동안 기지 밖 자유행동과 음주를 금지하고, 이후 한 달간 야간 통행금지와 외부 활동 제한에 들어가기로 했다.

7일 NHK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벤저민 왓슨 오키나와 지역조정관(중장)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전 장병에게 이날 정오부터 9일 정오까지 48시간 동안 기지 밖 자유행동과 기지 안팎에서의 음주를 전면 금지하도록 지시했다.

9일부터는 30일간을 ‘성찰 기간’으로 정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자택이나 숙소에 머물도록 했다. 같은 시간대 기지 밖 음주도 금지하고, 외부 활동을 할 경우 직속 상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왓슨 중장은 “인근 주민과의 신뢰가 훼손되면 동맹의 강도와 지역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며 규율과 동맹국으로서의 책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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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여성을 상대로 강도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구금된 미 해병대원 데빈 제이콥 발라드가 나하 검찰청으로 송치된 모습.  사진=REUTERS
사진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여성을 상대로 강도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구금된 미 해병대원 데빈 제이콥 발라드가 나하 검찰청으로 송치된 모습. 사진=REUTERS
이번 조치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 소속 해병대원이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3일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한 호텔에서 39세 일본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지갑과 가방도 사라졌다. 현지 경찰은 후텐마 기지 소속 미 해병대원 제이컵 밸러드(20) 상병을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밸러드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4일 미국 측에 유감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은 이번 사건이 미군기지 문제를 둘러싼 주민 반발을 다시 키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미군 장병과 관련된 강력 범죄가 반복돼왔다. 1995년에는 미군 3명이 12세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약 8만5000명이 참가한 대규모 항의 집회로 번졌다. 2016년에는 가데나 기지에서 근무했던 전직 미 해병대원이 20세 오키나와 여성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미군 관련 범죄 자체도 증가세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오키나와에서 발생한 미군 관련 범죄는 2020년 40건에서 지난해 101건으로 늘었다.

오키나와는 일본 내 미군기지 부담이 집중된 지역이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일본 내 미군 시설의 약 70%가 오키나와에 몰려 있다. 대만해협과 가까워 미군의 인도·태평양 전략상 핵심 거점으로 꼽히지만, 기지 집중에 따른 범죄와 소음, 사고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다카이치 정부가 추진하는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 사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일 양국이 기지 재편과 동맹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군 범죄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오키나와 주민과 미군 사이의 신뢰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