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고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A씨는 최근 아들이 신형 아이폰을 사달라고 하자 가격을 알아보다가 구매를 미뤘다. 제품 가격이 200만원 안팎에 달해서다. A씨는 "휴대폰이 언제 이렇게 비싸졌는지 모르겠다"며 "'공짜폰'으로 바꾸긴 아이가 싫다고 해서 일단 지금 쓰는 휴대폰을 조금 더 쓰자고 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바꾸려는 소비자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제품뿐 아니라 이미 판매 중인 제품까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 메모리 등 부품값 상승 여파로 제조사들이 보급형 제품까지 줄이면서 저렴한 새 기기를 고를 여지도 줄어드는 실정이다.

수도권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주는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사줄 공짜폰을 찾는 학부모들이 있다"며 "최신 모델도 보급형에 한해서 조건이 맞으면 기기값을 내지 않고 살 수 있지만, 출고가가 100만원을 넘어서는 기종부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새 제품도, 기존 제품도 비싸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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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갤럭시S26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를 올렸다. 일반형·플러스·울트라의 256GB와 512GB 모델은 각각 14만9600원씩 인상했다. 울트라 1TB 모델은 254만5400원에서 282만1500원으로 27만6100원 뛰었다.

애플도 지난달 아이폰18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기존 아이폰17의 국내 판매가격을 인상했다. 아이폰17 256GB 모델은 145만원, 512GB 모델은 175만원으로 각각 16만원가량 올랐다. 새 제품으로 바꾸지 않고 이전 모델을 선택해도 구매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세계 기존 스마트폰 모델의 소매가격은 평균 15% 올랐다. 판매 중인 4000개 이상 모델을 추적한 결과 40% 이상에서 가격 인상이 확인됐다. 올해 새로 출시된 제품은 지난해 동급 전작보다 평균 25%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제품의 가격 인상률은 인도 21%, 아시아·태평양 19%, 중동·아프리카 18% 등으로 집계됐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많은 시장에서 인상 폭이 컸다. 제조사들은 가격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장용량이나 카메라 사양을 낮추고, 일부 시장에 4G 모델을 다시 투입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2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전 분기보다 80% 이상 뛰었다. 같은 수준의 사양을 갖춘 저가 스마트폰의 부품원가도 전년 동기보다 70% 늘었다. 증가분 대부분이 메모리 비용에서 발생한 셈이다.

메모리 생산능력이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도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으로 돌아온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메모리 업체들이 서버·HBM용으로 생산능력을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수요가 약해져도 이런 공급 변화가 모바일 D램 가격 하락을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당시 3분기 모바일 D램 계약가격 상승률은 전 분기 대비 8~13%로 예상했다.

미국선 100달러 미만 판매 64% 급감

사진=EPA연합
사진=EPA연합
원가 부담은 저가폰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줬다. 올 2분기 미국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5% 줄었지만 100달러 미만 제품은 64% 감소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제조사들이 해당 제품의 공급을 중단하거나 메모리 비용 상승을 반영해 가격을 올린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200달러대 제품 판매는 늘었다. 모토로라가 일부 모토G 시리즈의 가격을 올리면서 이 가격대로 편입된 영향이 있었다. 소비자가 더 좋은 사양을 선택하지 않아도 기존에 사던 제품의 가격대 자체가 높아진 셈이다. 같은 기간 애플·삼성전자·모토로라·구글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의 판매량은 45% 감소했다.

부품 시장에서도 전체 스마트폰과 AI 제품의 흐름이 갈렸다. 올 상반기 스마트폰용 시스템온칩(SoC)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15% 줄었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스마트폰용 SoC는 24% 증가했다. 카운터포인트는 메모리 비용 상승과 제조사들의 보수적인 재고 관리, 길어진 교체 주기를 전체 출하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보다 14.3% 줄어드는 반면 평균판매가격(ASP)은 22% 오른 45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부품값 상승과 저가 제품 공급 축소가 겹치면서 판매되는 기기의 평균가격도 높아지는 흐름이다.

교체 미루고 리퍼폰 찾는 소비자들

가격 부담에 소비자들은 기존 기기를 더 오래 쓰거나 저장용량이 작은 모델을 고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중고 기기를 정비해 다시 판매하는 리퍼비시 제품으로 이동하는 소비자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제품 가격 인상을 감당하는 대신 구매 시기를 늦추거나 중고 시장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다.

저가 신제품의 공급 축소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카운터포인트가 지난달 24일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2030년 200달러 미만 스마트폰의 연간 출하량은 2025년보다 약 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감소 규모는 연간 2억3000만대 이상이다. 같은 기간 200달러 이상 제품 출하량은 약 26% 늘어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서 단말기 가격이 모바일 인터넷 이용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양 왕 카운터포인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시장은 출하량 기준으로 회복하겠지만 저가형 시장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