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청담동 떠나 한남동으로…리움, 글로벌 화랑들 끌어모은다
국내 미술계 무게중심 이동
글래드스톤·갤러리바톤 한남행
탕컨템포러리 내년 11월 이전
"갤러리 밀집해 컬렉터들 선호"
글래드스톤·갤러리바톤 한남행
탕컨템포러리 내년 11월 이전
"갤러리 밀집해 컬렉터들 선호"
세계적인 화랑 글래드스톤의 한국 지점은 최근 청담동을 떠나 한남동 리움미술관 근처로 이전했다. 기존 공간이 비좁고 교통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서다. 우국원, 아이웨이웨이 등이 소속된 글로벌 화랑 탕컨템포러리도 내년 11월 한남동으로 옮긴다. 이 화랑 관계자는 “청담동보다 한남동이 입지가 훨씬 좋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말 전시를 끝으로 이전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담동이 미술 중심지로 떠오른 건 세계적인 미술 장터인 프리즈 서울이 한국에서 열린 2022년 전후다. 당시 해외 화랑들은 앞다퉈 청담동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부촌인 데다, 프리즈가 열리는 코엑스와 가까워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다. “이제 강남이 새로운 미술 중심지”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최근 뒤집히는 모양새다.
◇구심점 없는 청담동
갤러리들을 산책하듯 돌아다니는 ‘갤러리 호핑’이 힘들다는 것도 청담동의 단점이다. 갤러리 간 거리는 멀지 않지만 밀집도가 낮아서다. 삼청동과 한남동 권역의 갤러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다니기 편한 것과 대조적이다. 청담동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삼청동과 한남동에 비해 걸어다니며 갤러리들을 보는 맛이 없고 피로하다는 컬렉터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한남동 쏠림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포르투갈 화랑 두아르트 스퀘이라가 강남에서 자리를 옮겼고, 같은 달 에스더쉬퍼가 이태원동 경리단길에서 한남동으로 이전했다. 마이어리거울프는 같은 해 9월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지난달 초 갤러리바톤이 독서당로 쪽에서 리움미술관 근처로 옮겨왔다.
이제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사이의 갤러리 밀도는 삼청동에 뒤지지 않는다. 덕분에 페이스, 리만머핀, 파운드리서울 등 10곳 안팎의 국내외 유력 갤러리들을 리움미술관 반경 500m 안에서 한 번에 둘러볼 수 있게 됐다.
◇‘될 곳만 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한남동으로 옮긴 화랑들이 몸집도 함께 키웠다는 점이다. 글래드스톤의 새 공간은 청담동 시절의 약 두 배 규모다. 갤러리바톤도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게 됐다. 탕컨템포러리는 층고가 8m 넘는 전시 공간을 건물 중앙에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쾨닉과 VSF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페레스프로젝트 한국 지점이 본사 파산으로 문을 닫은 것과 대조적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시장의 불황에도 좋은 작가를 소개하고 한국 컬렉터들의 입맛에 맞춘 전략을 펼친 갤러리들은 오히려 성장했다”고 평가했다.이 같은 ‘솎아내기’는 경매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올 상반기 국내 주요 경매사 7곳의 낙찰총액은 1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였지만, 경매에 나온 작품 수는 같은 기간 11% 줄었다. 어중간한 작품은 외면받는 반면 인기 있는 작품의 가격은 더 뛰고 있다는 얘기다.
2022년 말부터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미술시장이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세계 최대 미술 장터(아트페어)를 여는 아트바젤과 스위스 금융그룹 UBS가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거래액은 596억달러(약 81조원)로 2년 연속 감소하다 4% 증가세로 돌아섰다. 설문에 참여한 화랑들의 43%는 올해 매출이 늘 것으로, 38%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