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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김선욱, 20년 호흡으로 빚은 베토벤…거장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세종문화회관 기획공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협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협연
1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베토벤이 자신만의 음악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했던 중기의 문을 연 작품이다. 1악장에서 김선욱은 명료한 타건을 유지하면서도 건반에 머무는 시간과 잔향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율했다. 악단은 곡선미를 살린 다이내믹(음량 변화)으로 천천히 피아노 소리를 감싸 안았다. 이어진 카덴차(피아노 독주)는 번뇌로 시작해 결단으로 치달았다. 악단도 조금씩 소리를 키우며 피아니스트의 결단에 긴장감을 더했다.
단언적으로 시작한 2악장은 이내 실내악처럼 편안하게 흘렀다. 악단과 피아노가 주고받는 음량과 속도가 매끄럽게 연결된 덕분이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손으로 현을 튕기는 연주법), 플루트와 바순의 먹먹한 울림이 피아노의 무게감에 푹신함을 더했다.
마지막 3악장은 점층적으로 힘을 키워가려는 인상이 뚜렷했다. 같은 선율을 연주하더라도 강세의 분배가 매번 달랐다. 지휘자가 긴장과 이완을 능숙하게 배치해 관객의 몰입도를 한껏 높이면, 피아노 소리가 기민하게 파고들어 긴장을 극적으로 해소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만든 피날레는 절제됐지만 확고한 격정에 가까웠다. 김선욱은 앙코르로 피아나 소나타 ‘비창’ 2악장을 골랐다. 격정적인 협주곡과 달리 조금 수줍게 들려 소박하고 귀여운 면이 있었다.
악단은 공연 2부로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선보였다. 노래하는 것처럼 숨결의 흐름이 느껴지는 연주가 이어졌다. 마지막 총주가 끝나자 정명훈은 악기별로 단원들을 일으켜 세운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어떤 말보다 이날 연주가 만족스러웠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퇴장했던 정명훈은 쏟아지는 박수에 총총걸음으로 무대에 돌아왔다. 깡충 뛰어 포디움에 오른 그는 앙코르로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을 들려주며 단원, 관객과 흥겨움을 나눴다. 정명훈은 오는 10·11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콘서트오페라 <오텔로>로 관객을 다시 만난다. 김선욱은 내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